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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세 가지 이야기 Trois Contes」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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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세 가지 이야기 Trois Contes」을 읽고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의 단편집 <세 가지 이야기 Trois Contes>입니다. 이 책은 1877년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생전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단편집으로 「순박한 마음」, 「구호성자 쥘리앵의 전설」, 「헤로디아」 세 작품이 수록돼 있습니다. 

 

<세 가지 이야기>는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문체 역시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비평가 장 프레보(Jean Prevost, 1901-1944)는 플로베르의 문체를 감히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경지의 것이라며 격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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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록된 「순박한 마음」은 19세기, 그러니까 플로베르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어느 하녀 펠리시테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오뱅 부인의 하녀인 펠리시테는 어리석을 만큼 순박한 여인입니다. 영악하고 눈치가 빠르고 사람이나 상황을 잘 이용하는 그런 인물이 아닌 것이죠.  

 

 

반세기 동안 퐁레베크의 중산층 여자들은 오뱅 부인에게 하녀 펠리시테가 있는 걸 부러워했다. (p.9) _첫 문장

 

당연히 사람들은 그런 펠리시테를 하녀로 둔 오뱅 부인을 부러워ㅡ인간의 본성이 그런가 봅니다ㅡ합니다. 펠리시테는 얼굴에 살이 없고 스물다섯 살에 이미 마흔으로 보일 정도의 외모를 하고 있으며 말없이 깍듯한 몸놀림이 마치 나무인형 같아 보입니다.  

 

펠리시테는 그 식구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불이며 셔츠, 화덕을 사주었다. 당연히 그들은 펠리시테를 이용했다. 이렇게 정에 약한 마음이 오뱅 부인을 언짢게 했다. (p.29)


펠리시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존재들을 
「순박한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여주인, 여주인의 아이들, 언니, 조카, 앵무새까지, 심지어 앵무새가 죽었을 때 그것을 박제로 만들어 두기까지 합니다. 그런 펠리시테는 쉽게 사람들에게 이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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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뱅 부인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온갖 낡은 물건들을 펠리시테는 자기 방으로 가져온 것이다. (p.67)

 

「순박한 마음」의 펠리시테는 자신만의 방에 다양한 물건들을 가져다 모아둡니다. 그 마음은 그 물건과 그 물건의 원래 주인에 대한 공경심입니다. 방에는 온갖 경건한 물건들과 잡동사니가 잔뜩 들어 차 있습니다. 자신이 신으로 삼는 것들이 뒤죽박죽 되어 있는 곳이죠.

 

작품에서 플로베르는 이 공간을 '예배당을 겸한 잡화점'이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인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들이 없는 시절에, 펠리시테는 오뱅 부인의 죽음에 슬피 울었다. (p.71)

 

펠리시테가 「순박한 마음」으로 사랑한 존재들은 하나 둘 그녀를 찾아왔다가 떠나갑니다. 그들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건 상관없이 펠리시테는 진심을 다해 그들과 이별합니다. 앵무새와 오버랩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기묘한 느낌마저 듭니다. 펠리시테의 순박한 마음에 경외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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