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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Between The World and Me」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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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Between The World and Me」를 읽고


미국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21세기에도 여전히 뿌리 깊은 인종주의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특히 단일 민족 국가로 오랜 기간의 역사를 지나온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괜찮은 답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타네하시 코츠(Ta-Nehisi Cooates, 1975-)의 에세이 <세상과 나 사이 Between The World and Me>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표현 그대로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흑인의 정체성과 그들의 두려움, 불안에 대해 다음 세대인 아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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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 사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간체로 쓰였습니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침울하며 화자인 '흑인 아버지'가 겪은 고통, 그리고 이것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또 전해줘야 하는 좌절감과 아픔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책의 도입부는 타네하시 코츠가 어느 인기 뉴스쇼의 진행자와 자신이 쓴 칼럼에 대해 영상 인터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진행자는 타네하시 코츠에게 '화이트 아메리카'ㅡ자신이 백인이라고 믿는 그런 미국인들(p.14)ㅡ의 진보가 약탈과 폭력 위에 건설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묻습니다. 

 

 

이 질문을 듣다보니 오래 묵은 희미한 슬픔이 내 안에서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신이 백인이라고 믿는 그 사람들의 기록이다. 바로 미국의 역사다. (p.14)

 

역사는 실제 있었던 일도, 진실도 아니며 다만 살아남은 자, 이긴 자들의 기록이라고 했던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다소 충격적이고 강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타네하시 코츠의 발언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요. 저자는 <세상과 나 사이>에서 이 '기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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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검은 몸을 하고서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 이건 아주 심오한 질문인데, 미국은 자신을 신의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검은 몸들은 미국이 인간의 작품이라는 걸 말해 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야. (p.24)

 

옮긴이의 말에서도 언급하듯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정서는 실존적인 두려움과 불안입니다. 흑인으로 미국사회를 살아가는 존재들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이 근원적인 두려움에 대해 미국이라는 '세상'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세상' 역시 두려움과 불안을 이야기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과 나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인식할 수조차 없는 시간과 사건과 정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시선을 돌리는 행위가 너무 어려운 일일 테지. 아지만 그건 너의 일이다. 네가 정말로 네 정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면, 그게 너의 일이 되어야 해. (p.154)

 

<세상과 나 사이>를 썼을 때 저자 타네하시 코츠는 마흔 살, 편지의 수신자인 아들은 열다섯 살이었습니다. 40여 년을 미국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그에게 '세상'ㅡ백인들의 미국ㅡ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세상'과 자신의 관계성을 오래 탐구한 결과를 글로 쓰고, 아들에게 이를 전합니다.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늘 깨어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라고 말합니다.  

 

타네하시 코츠가 주는 가장 인상적인 한 문장을 공유합니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큰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인종은 인종주의의 자식이지, 그 아비가 아니다." (p.15)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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