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아사트의 「다음 사람을 죽여라 Kill The Next One」를 읽고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페데리코 아사트(Federico Axat, 1975-)의 미스터리 스릴러 <다음 사람을 죽여라 Kill The Next One>입니다. 스페인어판 제목은 <La ultima salida: 마지막 출구>로 소설의 주요 단서가 되는 메시지가 표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필로그까지 총 5개의 단막이 각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사실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면 어딘가 2% 부족한, 이해가 다 되지 않는 부분이 없잖아 있으나 서사 자체가 신선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ㅡ100% 이해가 안 되는 건 제 탓이겠지요. 어디서 흐름을 놓쳤거나.
<다음 사람을 죽여라>의 첫 장면은 소설의 주인공 테드가 아내와 두 딸이 여행을 떠난 자신의 집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갑자기 벨이 울리고 누군가가 '테드'의 이름까지 부르며 다급하게 문을 두드립니다. 잠시 권총을 내려놓고 현관문으로 다가가다 자신의 필체로 쓰인, 그러나 적은 기억은 없는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문을 열어. 그게 네 유일한 탈출구야. (p.12)
여기서부터 수수께끼는 시작됩니다. 마치 지금 이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한 문구, 결국 테드는 문을 열고 린치라는 청년과 만납니다. 그날 처음 보는 린치라는 청년은 테드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자살하지 말 것을, 그 대신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합니다. 그들이 제안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신들'이 테드를 죽게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린치라는 인물,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그러나 <다음 사람을 죽여라>의 주인공 테드는 당연히 그 제안을 수락합니다.
그 프로젝트란 죄를 짓고 처벌받지 않은 사람과 스스로 죽기를 원하는 사람, 그 둘을 죽이라는 것인데 테드는 첫 번째 작전 수행에 나서는 날 그들이 말하는 거창한 명분을 깨닫습니다. 동시에 자신이 저지르려고 하는 범죄를 합리화하게 됩니다.
마침내 그는 시스템의 균열에 대한 린치의 말을 이해했다. 그 균열을 메우고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p.33)
그들이 지시한 일을 처리한 그날, 이번엔 로저라는 미지의 인물이 테드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역시 테드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린치... 로저... 이해할 수 없는 말들... 이제 테드는 이런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 체념해 버렸습니다.
로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죽기를 바랐잖아, 아니야?" 테드는 화가 났다. "이번엔 시체 위에 사진을 놓아뒀어?" 이번엔? "응." 테드는 체념했다. (p.41)
<다음 사람을 죽여라>에서는 현재인지 과거인지, 꿈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서사들이 얽혀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계속된 악몽에 시달리던 테드는 정신과 의사 로라를 찾아가 절대 공개할 수 없는 부분ㅡ사람을 죽인 일ㅡ을 제외한 것들에 대해 상담을 받습니다.
"내 기억에 구멍이 있어요, 로라. 그래서 내 마음이 반복된 기억으로, 현실의 이런저런 조각들로 그 구멍을 채워왔던 것 같단 말이죠. 아, 잘 모르겠어요... 내게 필요한 건..." / "진정해요, 테드. 당신이 기억을 정리하게 도울게요." (p.153)
심각한 충격을 받은 테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테드의 꿈에 등장하는 주머니쥐는 대체 무엇을 상징하고 암시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Part1이 끝이 나고 2부, 3부, 4부로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상황들이 반전의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사람을 죽여라>와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은 한번 잡으면 일단 끝을 보지 않는 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습니다.
2024.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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