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My Brilliant Friend」을 읽고

728x90
반응형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My Brilliant Friend을 읽고


'얼굴 없는 작가', '은둔의 작가'로 불리는 이탈리아 소설가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 1943)의 대표작 <나의 눈부신 친구 My Brilliant Friend>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나폴리 4부작》 중 1권에 해당하는 소설로 릴라와 레누,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는 현재 세계 문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지만 언론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기로도 유명합니다. 1992년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는 엘레나 페란테는 오직 작품으로만 이야기합니다. 

 

반응형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는 릴라와 레누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시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둘은 60여 년 동안 우정을 나누고 살아온 절친이며 라이벌이자 서로의 뮤즈이기도 합니다. 레누는 어느 날 릴라의 아들 리노로부터 릴라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소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는 책상에 앉아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릴라는 극단적이었다. 그저 사라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66년이라는 세월을 통째로 지워버리려 하고 있었다. (p.17)

 

릴라가 다 지워버리려고 하는 그녀의 66년 인생, 레누는 늦기 전에 둘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합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에게 헌정하는 레누의 작품이자 둘의 우정에 대한 회상입니다.

 

오르막길이든 내리막길이든 릴라와 나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끔찍한 그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야만 했다. (p.29)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로 릴라와 레누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둘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는데 레누가 모범생에 노력형인 반면 릴라는 타고난 영특함과 재능으로 늘 모든 면에서 레누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p.40)

 

서로를 힘들게 할 숙명, 그래서 성인들이 서로 베풀고 돕고 살라고 가르치나 봅니다.  

 

728x90

 

유년기의 어느날 레누는 릴라에게 받은 편지를 읽고 릴라의 매혹적인 글솜씨에 반해버립니다. 자신이 릴라에게 써 보낸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이 부끄럽고 자신의 부족함에 초조해지기까지 합니다. 릴라는 모든 면에서 레누를 앞서가는데 혼자 독학으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공부하고 심지어 잘 해냅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나의 눈부신 친구>를 레누가 써냈으니, 릴라를 뮤즈로 삼은 레누가 마침내 릴라만큼 성장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넌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절대로 멈추지 마. 필요한 돈은 내가 줄게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p.416)

 

릴라는 가난한 형편 탓에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합니다. 친구의 재능이 아까웠던 레누는 릴라에게 학업을 중단하지 말라고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격려합니다. 늘 자신보다 한 발 앞서 있었지만 자신과 함께 성장하는 친구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랐을 레누입니다.  

 

레누는 릴라를 보며 공부했고, 릴라를 따라잡기 위해 모든 면에서 열심이었습니다. 레누에게 릴라는 눈부신 친구입니다. 유년시절의 나에겐 그런 눈부신 친구가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아주 못된' 아이였던 릴라를 '눈부신 친구'로 만들어준 레누의 우정이 더 근사해 보이기도 합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전체 450페이지에 달하는 도톰한 책인데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폴리 4부작》의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2024.12.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