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김연수(1970-)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입니다.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처음인데 이 소설집이 9년 만에, 그러니까 오랜만에 펴낸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작가에게 10여 년이라는 공백은 결코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 아닐 테니 크고 작은 변화가 이 책에 담겼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는 표제작을 포함한 전체 8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각각의 단편들은 펴낸시기가 조금씩 다른데 그 가운데 표제작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2022년에 발표한 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집필한 소설이네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예측불허의 현실 속에 힘겨운 삶을 살다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에서 위안을 찾고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김연수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자고 말합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1999년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_첫 문장
1999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주목받으며 전 세계가 불안과 기대로 술렁이던 시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일상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갓 스무살을 넘긴 조카와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는 그의 외삼촌과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과거는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p.29)
미래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 인생 전체를 통찰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나 미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직 지금 현재만 존재하며 따라서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라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살아있는 한, 지나온 시간들이 그렇듯 언제나 미래는 지금보다 나을 것이며 그것을 믿는 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책은 저자 자신이에요. 책 속의 문장이 바뀌려면 저자가 달라져야만 해요... 그게 내 앞의 세계를 바꾸는 방법이지요. (p.27)
편집장으로 일하는 외삼촌의 말입니다. 이 문장은 10여년의 작품 공백기를 보낸 김연수 작가가 깨달은 것이자 슬럼프를 겪는 모든 글 쓰는 이들, 더 넓게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주는 조언으로 들립니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의 창작물은 창작자를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p.34-35)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비록 지금은 계속 지기만 하는 인생일지라도 결국은 기대하는 미래가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우리에게 주는 위로이자 격려입니다.
김연수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2024.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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