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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레몽 루셀의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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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몽 루셀의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를 읽고


20세기 프랑스 문학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 괴짜 같은 작가 레몽 루셀(Raymond Roussel, 1877-1933)의 창작론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 How I Wrote Certain of My Books>입니다. 특히 레몽 루셀은  어떤 공식이나 제약에 따라 글을 쓰는  프랑스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에 큰 영감을 주게 되는데 바로 이 책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가 그 시초가 됩니다. 

 

이 소책자는 레몽 루셀의 창작론으로 자신이 죽고 난 뒤에 공개하도록 유언하여 저자 사후 2년여 가 지난 1935년에 출간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아프리카의 인상> 뒷 부분에 부록으로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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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내 책 가운데 몇 권ㅡ아프리카의 인상 Impressions d'Afrique, 로쿠스 솔루스 Locus Solus, 이마의 별 L'Etoile au Front, 무수히 많은 태양 La Poussiere de Soleilsㅡ을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_첫 문장

 

레몽 루셀의 대표작인 <로쿠스 솔루스>와 <아프리카의 인상> 역시 이 창작론에 따라 집필되었습니다. 그는 이 창작기법이 매우 특별하며 이 비밀을 밝혀 미래에 남기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의 비슷한 단어 두개를 골랐다. 예컨대 'billard 당구대'와 'pillard 약탈자'가 그것이다. 나는 이것들에다가 비슷한, 그러나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 덧붙였고, 그렇게 거의 같은 두 문장을 얻었다. _본문 가운데

 

레몽 루셀은 비슷한 단어 두 개를 골라 그 단어들을 이용한 두 개의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들을 각각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으로 하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방식을 점차 확장하며 작품을 완성해 내고 그 단편 중 하나가 <아프리카의 인상>의 기원이 됩니다. 그 세부 과정 역시 상세히 설명해놓고 있습니다. 

 

역시 괴짜천재의 유의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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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몽 루셀은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에서 작품의 소재가 되는 기발한 상상력의 원천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합니다.

 

그는 1920년대 초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세계 일주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여행에서 작품에 필요한 그 어떤 소재도 얻지 못했음을, 오직 '상상력이 전부'라고 고백합니다. 

 

작품을 위해 여행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심지어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머릿속을 여행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 어느 작가ㅡ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음(ㅜㅜ)ㅡ가 떠오릅니다. 

 

 

글을 맺으면서 나는 내 작품들이 거의 일반화된 적대적 몰이해에 부딪히는 것을 볼 때마다 내가 언제나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감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내 책들 덕분에 어쩌면 사후에라도 약간의 영광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 속으로, 부득이 도망치고자 한다. _본문 가운데


생전에 레몽 루셀은 기대했던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지 못합니다. 심지어 작품에 대한 부정적 비평이 다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현실주의, 아방가르드, 다다이즘 그룹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20세기 예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칩니다.

 

레몽 루셀의 희망이 실현된 것이죠.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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