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로맨스와 불륜 사이, 그 어디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러시아의 의사이자 소설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의 대표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입니다. 1899년 작품으로 19세기 러시아 크림반도의 얄타(Yalta)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드미트리 드미트리치 구로프라는 중년의 남성으로 휴양지 얄타에서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해 질 무렵, 노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구로프의 눈에 한 여성이 들어옵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입니다. 이미 여러 번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워 온 구로프는 여성을 보자마자 한눈에 상황을 파악합니다.
표정, 걸음걸이, 의상, 머리 모양에서 그는 그 여자가 점잖은 신분으로, 남편이 있으며, 얄따에는 처음 그리고 혼자 왔고, 여기서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_본문 가운데
경험이 이래서 중요한가 봅니다. 구로프의 눈은 거의 정확합니다.
두 사람은 몇 번 더 만나게 되고 결국 밤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긴장이 풀린 휴양지에서 소위 불륜을 저지른 것이죠.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일터와 가정으로 돌아가고 예상대로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합니다.
구로프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만나기 위해 그녀가 사는 도시로 찾아가게 되고 둘은 서로의 배우자를 속이며 이중생활을 이어갑니다. 그들의 시각에선 안타까운 로맨스, 배우자들의 시각에선 불륜, 얄궂은 운명과도 같은 인연입니다.
마치 두 마리의 암수 철새가 잡혀 각기 다른 새장에서 길러지는 것 같았다. _본문 가운데
아무리 불같은 사랑이라도 시와 때가 어긋나면 그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구로프는 '머리가 세기 시작한' 중년의 나이에, 태어나서 처음,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성을 만났다고 고백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견딜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_본문 가운데
너무 늦게 찾아온 진정한 사랑은 평범했던 일상을 '굴레' 혹은 '새장'으로 전락시켜버립니다. 비난할지 동정할지는 독자의 선택이겠지요. 저는 동정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타깝네요.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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