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드윗(Jasper DeWitt)의 「그 환자 The Patient」를 읽고
실화인지 허구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모든 게 불투명한, 그러니까 상업적으로는 컨셉을 아주 잘 잡은 작품입니다. 필명을 쓴 작가 재스퍼 드윗(Jasper DeWitt)의 소설 <그 환자 The Patient: '그 환자'를 만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입니다.
책날개에 적힌 저자의 책 소개 문구입니다.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쓴다. 내게 이 일은 인류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다.
유망한 초임의사 파커는 변변치 않은 의사들만 간다는 미국의 한 주립정신병원에 오직 사명감으로 지원서를 냅니다. 심지어 이 병원에는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드는 접근 금지 환자가 한 명 있는데 그래서 더더욱 열정과다의 초임 의사는 이 병원이야말로 자신의 지식과 보살핌이 절실한 곳이라고 여깁니다.
모든 병원에는 꼭, 반드시, '그 환자'가 있기 마련이다. 정신병원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이상한 환자.
'그 환자'가 어떤 인물을 지칭하는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 환자'의 코드명은 '조', 아주 어릴 때 입원해 30년 넘게 수용돼 있는데 아무도 그의 병을 진단도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파커는 의사로서의 지적 호기심에 그의 진료 기록을 들여다봅니다. 파면 팔수록 자신이 정신의학 역사상 진단된 적 없는 새로운 질병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조'에 집착하기에 이릅니다.
최초 발병자가 우리 병원에 있다니, 이 병원을 택한 것이 마치 하늘의 뜻처럼 느껴졌다.
집요함으로 마침내 '조'의 공식적인 담당의 자격을 얻은 파커는 그를 만나러 갑니다. 수많은 의료진을 미치거나 스스로 죽게 만든 상상초월의 '그 환자'를. 그러나 진료기록에 남아 있는 무시무시한 얘기들과 반대로 '조'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놀랍도록 의식이 또렷해 보입니다. 30년 넘게 이 병원을 혼란과 공포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몇 회기의 면담 진료 후 파커는 '조'로부터 이 병원의 어두운 면에 관해 듣게 됩니다. 자금난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병원이 굉장한 부를 소유한 '조'의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를 30년 넘게 거짓 진료기록으로 감금해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나는 조가 제정신이라고 거의 확신하며, 그를 구원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조는 내가 필요하다.
병원의 진료기록과 전혀 상반되는 '조'의 진술, '불쌍한 조'를 돕기로 마음먹긴 했지만 파커는 자신이 이전 담당의들처럼 미쳐가는 것일까, 아니면 '조'의 말대로 그는 정말 30년 넘는 감금과 학대의 피해자인가, 수많은 의문점이 남고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내가 뭔가에 홀린 건지, 신의 장난에 놀아나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궁금해서 책장을 계속 넘겨봅니다. 마지막 페이지부터 읽어볼까 하다가 자중하면서 순서대로 읽어나갑니다. 이야기의 진행은 공포스릴러로 치닫고 결말 역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무섭고, 흥미진진한 분위기가 소설의 마지막까지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환자>가 주는 제 나름의 교훈은 '선배들이 아니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도로 요약해 봅니다. 그래도, 궁금하니까.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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