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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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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말 Les Mots: 읽기 쓰기」을 읽고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지성,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가 60세 무렵 집필한 자서전 <말 Les Mots>입니다. 1964년 이 책이 출간되던 해에 사르트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이 상의 서양 편중성, 작가 독립성 침해, 문학의 제도권 편입 반대 등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처음이자 마지막 인물입니다.

 

<말 Les Mots>은 1부 읽기, 2부 쓰기로 구성됩니다. 읽고 쓰는 일에 일생을 보낸 장폴 사르트르의 자서전 다운 챕터입니다. 사르트르는 태어나자 아버지를 여의고 외조부의 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냅니다. 외조부의 깊은 문학적 교양은 어린 사르트르의 학문적 탐구심을 크게 자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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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문학책으로 가득 찬 외조부의 서재는 몸이 약해 주로 집에만 머물렀던 어린 사르트르의 놀이터입니다.

 

글을 읽을 줄 모르던 때에도 사르트르는 서가의 책들을 존경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운명을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단호한 사르트르의 문장에 위엄이 느껴집니다. 

 

나는 책에 둘러싸여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죽을 때도 필경 그렇게 죽게 되리라. _1부 「읽기」 가운데

 

태어날 때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르트르는 병약한 유년시절을 보냅니다. 집안 어른들은 그를 눈 뗄 사이 없이 지켜보고 병에 꽂힌 꽃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돌봅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어른들 틈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사르트르는 이렇게 소회 합니다. 

 

나의 진실, 나의 성격 그리고 나의 이름도 어른들의 손아귀에 쥐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눈을 통해서 나 자신을 보는 법을 배웠다. 나는 어린애였지만 또한 어른들이 그들의 회한으로 빚어 놓은 괴물이었다. _1부 「읽기」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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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르트르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직감합니다. 심지어 스스로를 '글을 쓰기 위해서 내어난', 심지어 자신의 글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까지 말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작가로서의 길을 확신한 최고의 지성다운 자각입니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기쁨이 넘쳐흘러서 금방 펜을 놓았다. 나는 말이 사물의 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허상의 실상화였다. _2부 「쓰기」 가운데

 

장폴 사르트르는 끊임없이 문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질문해온 작가입니다.

 

이 책에서도 작가로서의 무력함에도 불구하고 펜을 검으로 여기며 책을 쓰고 또 쓸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합니다. 교양은 누구도 구출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산물이라며 오직 이 비판적 거울만이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말 Les Mots>을 통해 왜 읽고 쓰는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는 자신의 이름을 내는 일에 매우 경계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그의 올곧은 기개가 수긍이 됩니다. 사르트르는 자신의 광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겸손을 언급합니다. 그것이 첫날부터 자신을 엘리트의 유혹에서 지켜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모든 사람들 만큼의 가치가 있고 또 어느 누구보다도 잘나지 않은 한 진정한 인간"이라고 묘사합니다.

 

겸손이 지나쳐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사르트르의 자서전은 그 주인공에게 조금은 혹독한 책입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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