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를 읽고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가 말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입니다. '21세기 다윈의 계승자'라고 불리는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와 버네사 우즈(Vanessa Woods)가 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입니다.
책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불황으로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서로를 적대시하던 시기에 출간되었습니다. 적자생존이라는 통념에 반기를 들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다정함'을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 쓰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늑대는 멸종 위기인데 개는 개체 수가 늘어만 가는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눈의 흰자위를 갖게 된 이유는? 침팬지보다 다정한 보노보가 더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이유는? 신체적으로 우월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한 까닭은?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찾아나갑니다.
다른 똑똑한 인류가 번성하지 못할 때 호모 사피엔스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특정한 형태의 협력에 출중했기 때문이다.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지식을 세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특정한 형태의 협력은 바로 친화력과 결집력입니다.
저자는 인류가 낯선 이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능력을 점차 향상시켜왔다고 말합니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던 시기의 폭력성은 인류 전반에 걸쳐 감소했으며 전쟁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 여기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인간의 '자기가축화' 가설을 들고 나옵니다. 즉, 이러한 변화들이 사람의 자기가축화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공격성이 줄어들고 인내심이 길러지는 등 가축화한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난다는 논리입니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는 우리 인류가 '다정함'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았듯, '다정함'을 결코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인류의 생존 법칙이라는 것이죠.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오늘날 만연한 혐오와 배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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