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Birthday Girlㅣ무라카미 하루키(글) 카트 멘시크(그림)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1949)가 글을 쓰고 독일의 삽화가 카트 멘시크가 그림을 맡은 단편 <버스데이 걸 Birthday Girl>입니다. 2017년 출간된 책으로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와 그림까지, 그야말로 일본 스러운 작품입니다.
의미 있는 줄거리를 가진 책도 아니고 '읽었다'라는 느낌도 결코 주지 않는, 여운이 남지만 그것이 뭔가 교훈적인 것은 아닌, 그러니까 솔직한 표현으로 "그나마 짧아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까지 갖게 하는 책입니다.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버스데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버스데이 걸>을 집어 들었느냐...
<버스데이 걸>의 주인공은 오늘 스무번째 생일을 맞이한 여성입니다. 스무 살 생일이지만 특별한 이벤트는 없고 비까지 내리고 동료의 일까지 대신 맡아 하게 됩니다. 부탁받은 일은, 일하는 레스토랑 사장의 숙소인 604호에 저녁식사를 가져다주는 일입니다.
"저어, 식사를 안으로 들여가도 될까요?" / "물론이야, 나는 괜찮아. 자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 내가 그렇게 원한다면? 상당히 기묘한 말투다. 내가 대체 무엇을 원한다는 것인가.
어쩌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녀가 스무살 생일임을 알게 된 사장은 축하인사를 건넵니다.
노인은 말했다. "생일 축하하네. 자네의 인생이 보람 있는 풍성한 것이 되기를. 어떤 것도 거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떨구는 일이 없기를."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조금 평범하지 않은 말을 쓰는 것일까.
에필로그 작가의 말을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생일이라는 것에 매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일 년 중 단 하루, 내가 이 세상에 온 날, 그 가운데 특히 스무 살 생일. 독자들에게 그날 당신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레스토랑 사장은 한 가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합니다. 생일 선물로 그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는 것입니다.
"내가 줄 수 있는 생일 선물이야. 하지만 딱 한 가지니까 신중하게 잘 생각하는 게 좋아. 딱 한 가지야.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도로 물릴 수는 없다네."
스무살 여성은 소원을 하나 말하고, 노인은 마술사 같은 기묘한 동작을 한 후 "됐네. 자네의 소원이 이루어졌어."라고 현재형으로 말합니다.
여성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누군가 제게 한 가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뭐라고 말할까요. 그리고 그 시점은 반드시 스무 살, 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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