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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다른 색들 : 시간과 공간, 문학과 사람들ㅣ오르한 파묵 Orhan Pam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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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른 색들 : 시간과 공간, 문학과 사람들ㅣ오르한 파묵 Orhan Pamuk


튀르키예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Orhan Ferit Pamuk, 1952)의 장대한 에세이 <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의 시간과 공간, 문학과 사람들>입니다. 국내에서는 소설 <내 이름은 빨강(1998)>, <이스탄불(2003)>로 잘 알려진 오르한 파묵은 2006년, 튀르키예인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색들>에서 오르한 파묵은 진솔한 어조로 문학, 세태, 사회, 정치, 그리고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합니다. 65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 한 권이 어쩌면 작가의 삶을 집대성한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르한 파묵이 말하는 <다른 색들> 가운데 내가 찾는 색이 있을지, 분명히 있을 거라 믿으며 책장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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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년 동안 글을 써왔습니다. 30년 동안 매일 약 열 시간 이상 방에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습니다. // 앞으로 30년을 더 소설을 쓸 수 있기를, 이를 핑계로 다른 정체들로 분하여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_「내포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장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인 오르한 파묵은 글쓰기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일상에서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이었을지, 두툼한 에세이집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첫 문장? 바로 그것이 문제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것....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그날의 첫 문장을 얼마나 빨리 쓰느냐에 달렸다. // "자, 한 번 더 써." 글쓰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비밀 중 하나는 찢어서 버리는 것. _「작가의 일상」 가운데

 

정오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30년을, 매일, 반페이지씩 글을 쓴 오르한 파묵의 삶은 수행자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이 꿈의 저변에 있는 두려움이 작가가 되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먼저 말해야겠다. 건축가가 되었더라면 괜찮은 직업을 가졌을 테고, 최소한 중산층의 삶을 살 만한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호하게 작가가 되겠다며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내게 그 세월 동안 금전적 곤란으로 몸부림칠 거라고 주위의 모든 친한 사람들이 말했다. _「60. 나는 왜 건축가가 되지 않았을까?」 가운데

 

작가가 되는 두려움. 어쩌면 작가가 되려는 생각을 해 본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모든 사람들이 이 두려움의 구체적인 형태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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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곱 살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나사가 느슨해졌다는 것을 인지했지요) 그림 그리기를 그만두고 곧장 첫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무엇을 쓸지 모르는 상태에서 먼저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_「7부. 파리 리뷰 인터뷰」 가운데

 

<다른 색들> 7부에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내용이 수록돼있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의 비밀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영감이 아니라 끈기와 인내에 있습니다. 나는 "바늘로 우물 파기"라는 멋진 표현이 마치 작가들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글을 쓰며 심오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희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행동하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방에, 책으로 꽉 찬 방에 자신을 가두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_「9부. 아버지의 여행가방: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문」 가운데

 

화가가 되길 기대했던 그림 잘 그리는 아들, 건축가가 될 수도 있었던 재능 있는 아들, 그가 소설을 쓰기위해 하루 열몇 시간을 몇 십 년간 방에 고립되어 있는 것을 봐야하는 부모라는 자리는 작가에게 필요한 인내와 희망보다 더 큰 인내와 희망이 요구되는 자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오르한 파묵의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 마지막 인사말입니다. 

 

아버지는 2002년 12월에 돌아가셨습니다. 내게 이 커다란 상, 이 영광을 주신 위원들과 귀빈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아버지가 우리와 함께 계시길 내가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항상 모든 일은 조금 늦게, 혹은 조금 일찍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 때'이겠지요.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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