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가의 집ㅣ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20세기 대표 작가 20인
위대한 문학작품을 써낸 작가들은 어떤 마을, 어떤 집에서 살았을까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기후는 어떻고 주변 풍경은 어떨까, 뭐 그런 것들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할 테니까요. 이 책 <작가의 집: 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에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20인의 집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가 썼으며 함께 수록된 사진은 사진작가 에리카 레너드의 작품입니다.
"나는 이 집에서 혼자였다. 나는 스스로를 가두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탄생했다." _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
작가들의 삶에서 집과 주변환경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자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역시 '그들은 그곳에서 살고, 창조하고, 고통받았다. 스스로 택한 고독과 글을 써야만 한다는 긴장감이 언제나 그곳에 도사리고 있었다'라고 <작가의 집>의 정체성을 정의합니다.
헤밍웨이는 뱃살을 빼고 다리 힘을 늘리기 위해 선 채로 글을 쓰곤 했다. "묘사 부분은 손으로 쓰지만 대화는 타자기로 쓴다. 사람들은 기계가 작동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
"낮에는 내처 그림을 그리고 글은 저녁에 쓴단다." _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
헤세는 낮에 마을을 다니며 좋아하는 풍경, 산굽이의 가옥들을 그렸고 저녁이면 저택 3층 거처로 돌아와 계곡이 마주 보이는 발코니에서 정원의 향기에 취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관조의 시간이 헤세를 내면 여행의 세계로 이끌었고 그는 흰 꽃들이 보이는 책상에 앉아 단호한 필치로 빠르게 글을 써나갔다고 합니다. '백지를 채우고 또 채웠다.'라는 표현에서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이 헤세의 글로 재탄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인의 집 가운데 저는 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집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로마 남부 사바우디아 모래언덕에 그가 직접 지은 집인데 채광이며, 주변 풍경이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모라비아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채광이 좋은 집필실에서 자신의 리듬을 준수해가며 쉬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1990년 9월, 그가 생에 마지막 남긴 고백이 인상적입니다.
"「무관심한 사람들」을 쓰면서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책을 통해 처음으로 사물이 말이 되거나 그 반대로 말이 사물이 되는 것을 알았다는 뜻이다. //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소. 한 인생은 또 다른 인생만큼 가치있기에. 결국 모든 인생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기에 그렇소. 삶은 수수께끼 같은 몇 조각만을 차례에 맞게 건질 수 있는 완벽한 혼란이오" _알베르토 모라비아(Alberto Moravia, 1907-1990)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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