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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ㅣ장 자크 상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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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ㅣ장 자크 상페 Jean-Jacques Sempé, 그림책


무심하게 그린 듯한 익살스런 화풍이 매력적인 프랑스 삽화가 장 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 1932-2022)의 그림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입니다. 이 책은 겉으로 드러나는 무의식적인 신체 증상이 고민인 이들의 마음을 상페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주인공은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이유 없이 자꾸 재채기가 나는 르네 두 꼬마입니다. 둘은 어딜 가나 남들의 시선을 끌고 질문 세례를 받게 됩니다.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갛니?" 같은. 대답하기 귀찮고 시선을 끄는 게 싫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은 혼자 노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늘 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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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밤에도 마르슬랭은 또 다시 이유 없이 빨개진 얼굴로 고민에 잠깁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으로 이 페이지를 꼽습니다. 샛노란 달, 새빨간 얼굴, 그것과 대비되어 더 어둡고 커 보이는 건물 풍경이 마르슬랭의 작고 사소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고민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늘 혼자였던 마르슬랭에게 어느날, 이유 없이 자꾸만 재채기를 크게 해 대는 르네 라토라는 친구가 나타납니다. 같은 고민을 가진 둘은 이내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어딜 가나 둘은 서로를 찾습니다. 그리고 아주 수월하게 서로를 찾아냅니다. 두 꼬마 마르슬랭과 르네의 증상은 의사도 낫게 할 수 없고, 그러나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 사소한 불편함일 뿐입니다. 

 

그러다 르네 라토가 이사를 가면서 서로 헤어지게 되고 마르슬랭은 오랫동안 슬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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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마르슬랭은 비오는 날 버스에서 반가운 재채기 소리를 듣습니다. 르네 라토! 르네 역시 얼굴이 빨간 마르슬랭을 바로 알아봅니다. 마르슬랭! 

 

"그리고" 

 

둘의 재회를 예고하는 장치로 장 자크 상페는 이 접속사 "그리고"에 분홍색을 입힙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지만 둘의 우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재채기를 해대는 르네의 증상도 변함이 없습니다. 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그 두 사람에게 얼굴색과 재채기는 더 이상 불편한 것이 아니라 변치 않는 우정의 증표와도 같습니다. 

 

미소 짓는 마르슬랭의 얼굴에서 언뜻 장 자크 상페가 보입니다. 그림은 작가를 닮습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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