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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하프 브로크 Half Broke: A Memoirㅣ진저 개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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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하프 브로크 Half Broke: A Memoirㅣ진저 개프니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표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2020년에 출간된 <하프 브로크 Half Broke: A Memoir>라는 제목의 책으로 상처 입은 말과 인간이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회고록입니다. 저자인 진저 개프니(Ginger Gaffney)는 미국에서 말 조련사로 일하며 2013년부터 대안교도소 목장에서 재소자들에게 말을 돌보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진저 개프니는 재소자들이 운영하는 대안교도소 목장의 요청으로 문제행동이 있는 말들을 재훈련하는 일을 도와주러 갑니다. 말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재소자들을 발로 차고 달려듭니다. 진저 개프니는 동물과 인간이 자세나 몸짓, 마음으로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재소자들과 문제성 말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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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주인을 닮는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주가 되어가는 것이다. 감정의 위장이다."

 

목장의 말들은 재소자들의 신체적 표현, 그러니까 그들의 걸음걸이와 어깨와 목에 실린 두려움, 분노, 짜증, 고통의 찌꺼기를 즉각 이해합니다. 목장에 어려움이 지속된 이유입니다. 맞서 싸우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말이 문제 상황을 대하는 습성인데 이 목장의 말들은 맞서 싸우기를 택한 것입니다. 

 

 

"이걸 씌우게 해줄 거야? 그 정도로 가까이 가도 돼? 준비됐어?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야."

 

진저 개프니는 문제있는 말들, 낙오자로 분류되어 제대로 된 손길이나 애정도 받아본 적 없이 이곳으로 보내진 '이름도 없는 녀석들'을 보듬기 시작합니다. 이전에 말들이 받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이 목장의 말들은 자기보존 본능ㅡ야생성이라고 해도 될지ㅡ이 유독 강해 일부는 신뢰하는 법을 끝끝내 배우지 못할 것이라고 진저 개프니는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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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하프 브로크(Half Broke: 반만 길들여진)'인 말들과 사람들이 나옵니다. 재소자 중 한 명인 새라는 진저 개프니에게 자신이 하프 브로크임을 고백하며 그래서 이 목장의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세상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세상으로 부터 상처 입은 존재들이 목장의 울타리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목장에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못난이들, 대하기 힘든 이들, 망가진 사람들이다. 감춰진 부분이 하나도 없다. 말들은 솔직하다. 자기 기분이 어떤지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은 진저 개프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어딘가에 속한 기분을 느낀 적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겉에서 읽히는 제스처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일치하지 않아 사람을 편하게 느끼지 못하는 외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이 목장에서 개프니는 소속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안다. 회복으로 가는 길이 온통 구불구불 휘어 있다는 것을.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말, 말을 두려워하는 사람, 그들은 마침내 서로를 신뢰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넘어질 수 있으며 그때 다시 일어서는 방법 역시 같이 배웁니다.  

 

아름답게 쓰여진 책입니다. 동물과 함께 살며 일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 인간의 보편적 연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해줍니다. 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 만들어지는 기적과도 같은 회복과 신뢰, 소속감에 대한 큰 울림이 있는 책입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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