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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책상은 책상이다 Kindergeschichtenㅣ페터 빅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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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상은 책상이다 Kindergeschichtenㅣ페터 빅셀 


스위스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페터 빅셀(Peter Bichsel, 1935)의 동화 같은 단편집 <책상은 책상이다 Kindergeschichten>입니다. 1969년에 발표한 단편집으로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만약에"라는 호기심으로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이들의 엉뚱한 이야기입니다.

 

 

"그걸 알긴 하지만 믿을 수는 없어. 그러니까 진짜 그런지 한번 시험해 봐야겠어. 똑바로 걸어가 보는 거야." 이제 아무것도 더 할 일이 없는 그 남자는 이렇게 외쳤다. // 지구를 빙 돌아서 다시 원위치까지 돌아오는 선을 그었다. _<지구는 둥글다> 가운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직접 확인하겠다며 집을 나선 여든살의 남자, 모든 것에 자기만의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여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람,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명하는 발명가, 여행 한 번 해보지 않고 전체 시간표를 외우지만 그걸 다 알고 있는 매표소 공무원을 보고는 그들이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세상의 모든 계단을 세기 시작하는 사람 등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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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으로 열차를 탔다. 다른 도시로 가서 거기서도 계단 수를 세려는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열차 여행을 계속해 온 세상의 계단 수를 다 세어볼 생각이었다.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을 알기 위해서였다. _<기억력이 좋은 남자> 가운데

 

삽화가 마치 어느 영화나 실제 장면에서 본 듯한 느낌입니다. 가방과 외투를 벤치에 두고 우두커니 앉은 백발의 노인, 그는 하루종일 저렇게 앉아 열차의 도착시각과 출발시각을 맞추고 있습니다. 해가 지면 외투와 가방을 챙겨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가족들이 또 역에 갔었냐며 잔소리를 해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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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상을 사람들은 사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남자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 이 이야기는 슬프게 시작되었고 슬프게 끝이 난다. 사람들이 그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말을 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하고만 이야기했고, 인사조차도 하지 않게 되었다. _<책상은 책상이다>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단편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은 남자라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모두 '심심함, 무료함'에서 출발합니다. 스스로 고립되고 세상과 소통의 문을 닫아버린,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고집세고 편협한 이들이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세상을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상상력과 엉뚱한 호기심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 단편집들의 주인공처럼 가끔 지하철역 등에서 보이는 '이상한' 사람들도 나름의 사연과 이유가 있겠지요. 무시해도 될만한 사람은 없다는, 고립의 시대에 우리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2023.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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