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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밑줄 긋는 남자ㅣ카롤린 봉그랑, 도서관책에 얽힌 로맨스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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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밑줄 긋는 남자ㅣ카롤린 봉그랑, 도서관책에 얽힌 로맨스 (열린책들)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보는데 가끔 어떤 책에는 중간중간 밑줄이 있는 페이지가 보입니다. 당연히 밑줄로 눈길이 갑니다. 저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누군가는 어느 문장에 감동을 받았을까 궁금해하며 그 부분을 한번 더 읽어보기도 합니다. 물론 공용인 도서관책에 밑줄이 있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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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린 봉그랑(Caroline Bongrand, 1967)이 쓴 <밑줄 긋는 남자>는 이런 상황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책의 주인공 콩스탕스는 스물다섯의 여성입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여러 개의 밑줄과 낙서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부터 흥미로운 경험이 시작되게 됩니다. 바로 <밑줄 긋는 남자>와의 숨바꼭질 같은 로맨스입니다. 

 

 

어느날 콩스탕스는 도서관 사서에게 예약을 부탁한 끝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노름꾼>을 손에 넣습니다. <밑줄 긋는 남자>가 숨겨놓은 낙서를 찾느라 콩스탕스는 무엇을 읽는지도 모른 채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안구 운동을 하'며 책장을 넘기고 또 넘깁니다. 

 

밑줄 긋는 남자는 같은 층에 사는 이웃집 남자일 수도 있고, 프랑스 대통령일 수도 있었다. 그는 적절한 문장에 밑줄을 그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려는 갸륵한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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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남겨진 낙서 하나로 이렇게 상상력을 펼쳐내는 콩스탕스를 25세 여성으로 설정한 것은 탁월한 장치입니다. 말랑말랑한 감성을 가진 콩스탕스의 천진함과 솔직함이 <밑줄 긋는 남자>를 만들어냅니다. 콩스탕스는 도스토예프스키, 아자르, 니미에, 키르케고르, 지드의 작품들을 따라다니며 <밑줄 긋는 남자>를 쫓습니다. 마치 숲에서 길을 잃은 소녀를 보는 듯합니다.

 

밑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부록 부분인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이제부턴 오로지 당신뿐입니다"라는 말에 테두리를 쳐놓은 것이 보였다. 밑줄 긋는 남자는 내가 고독하고 곁에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책의 도입부로 돌아가봅니다.

 

어느 날, 내가 사랑하던 남자가 내게 너무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 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난 싫증을 느꼈다. 

 

고독하고 단조로운 삶, 사랑하는 남자에게 싫증을 느낀 주인공 콩스탕스에게 나타난 <밑줄 그은 남자>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콩스탕스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책을 읽으며 공상과 상상을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신선한 공감을 주는 이유입니다. 모든 책은 각각의 세상을 갖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잠시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상 속에 들어가는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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