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 끝의 카페ㅣ존 스트레레키, 세 가지 인생질문 (클레이하우스)
존재의 의미, 진정한 행복, 충만한 삶 같은 것을 주문할 수 있는 카페가 있을까요, 있다면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 책 <세상 끝의 카페, The Cafe on the Edge of the World>가 바로 그런 곳인데, 미국인 작가 존 스트레레키(John Strelecky, 1969)의 첫 번째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책의 주인공 존은 '세상 끝의 카페'에서 경험한 잊지 못할 귀한 대화와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소설형식을 빌려 이 책을 씁니다.
승진만을 고대하며 일에 치여 피곤한 나날을 보내던 주인공 존은 월급을 받는 대가로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치는 일상에 회의를 품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모처럼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난 존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 '세상 끝의 카페'를 만납니다.
우리는 때로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은... 가장 필요한 순간 다가온다.
_「세상 끝의 카페」 본문 가운데
제가 이 책을 지금 만난 것도 지금이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달을 '그런 순간'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 끝의 카페>에 들어선 주인공은 메뉴를 받아듭니다. 평범한 메뉴들이 나열되어 있고 메뉴판 마지막 페이지에 '기다리는 동안 생각해 볼 것'이라는 제목으로 세 가지 질문이 적혀 있습니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죽음이 두렵습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쉽게 답할 수 없는 무척이나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주인공 존은 카페 종업원 케이시, 요리사 마이크, 카페 단골손님 앤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갑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 파도와 한 몸이 되어 흐름에 따라 헤엄치는 녹색바다거북 이야기, 자기 존재 의미를 충족하며 사는 사람, 하는 일마다 행운이 따라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 삶의 진정한 행복을 보여주는 어부 이야기들을 들으며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됩니다. 특히 죽음에 대한 시각이 바뀝니다.
존재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살면 매일매일 나의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미 원하는 일을 했거나 매일 하고 있다면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혼자 되뇌었다.
_「세상 끝의 카페」 본문 가운데
주인공 존은 세상 끝의 카페에서의 하룻밤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군더더기 없는 자신만의 삶을 열어갈 용기를 얻습니다. 책의 마지막지점에 다다랐을 때 그는 '다시는 저 문 넘어 다른 쪽에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다짐합니다.
책을 읽는데 다콩이가 소파 옆에 앉아 찡얼댑니다. 졸린다는 뜻인데,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다됐습니다. 이 순간 저의 존재 이유는 다콩이 수면메이트입니다. 자러 가자!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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