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툰 감정 The Emotional Compassㅣ일자 샌드(Ilse Sand), 감정 뒤에 숨은 진실 (다산북스)
매우 민감한 사람들에 관한 책 <센서티브(Highly Sensitive People), 2016>로 국내에도 꽤 잘 알려진 덴마크의 심리학자 일자 샌드(Ilse Sand)의 감정에 관한 책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은 <서툰 감정>, 영어 원서 제목은 <The Emotional Compass: How to Think Better about Your Feelings(감정의 나침반: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법)> 입니다. 이 책들은 모두 2016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일자 샌드는 목회자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되기 전 2006년까지 덴마크 국립 교회에서 교구 목사로 일하며 더 깊은 차원에서 사람들을 돕는 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심리치료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서툰 감정>은 우리가 감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여러 문제 상황들에 직면하게 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보통의 사람들이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그 가능성 유무부터 모호합니다. 이럴 때 일자 샌드는 내 몸에 집중해보라고 합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확인할 수 없을 때는 자신에게 "지금 내 몸이 어떤 동작을 하고 싶어 하는가?"라고 물어보라. 그 동작에 집중하면 어떤 감정이 작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책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제 몸은 어떤지 질문해봅니다. 당연히 현재 부정적인 감정 상태는 아닙니다. 지난 어떤 상황들을 되짚어보면 몸이 움츠러드는 기억, 입술을 앙다물거나 주먹을 꽉 쥐게 하는 사건, 다리를 동동 구르게 하는 일들이 떠오릅니다. 감정과 몸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먼저이건 눈에 보이는 몸을 통해 감정을 거꾸로 확인하는 일은 그 과정을 통해 내 상태를 자각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일자 샌드는 우리가 긍정적인 감정을 수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경험'을 들고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감정인데 나로 인한 타인의 기쁨은 그 자체로 자기 가치감,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주의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완벽이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행복은 실제로 존재 가능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짧은 순간에만 나타난다.
행복은 지속성이 아니라 빈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 어느 심리학자의 표현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계속해서 행복한 상태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짧은 순간의 행복, 그래서 더 행복에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중독처럼.
인간이 가장 자주 경험하고 또한 강렬하며 그러나 회피하고 싶은 감정으로는 불안과 분노가 있습니다. 무의식의 가장 밑바닥에 불안이 있으니 불안은 감정의 근원, 모든 감정의 디폴트값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불안은 두려움 공포와도 맞닿아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감정,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숙명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이 불안입니다. 일자 샌드는 삶은 실제로 위험하며, 언제 어떤 위험에 처할지,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며 그러니 불확실성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불안감은 서둘러 도망가라는 신호일 수 있다. 아니면 당신이 중요한 어떤 것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인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수용하고 그것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이 문장은 개인적으로 심리학자의 문장이라기 보다는 신학자의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어떤 것에 다가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인으로서의 불안감, 이때의 감정은 우리를 잠식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성숙하게 하기 위한 낯섦에 대한 불안감이겠지요.
일자 샌드는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알아두면 화가 나는 상황에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데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허영심에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1. 다른 사람들이 그 순간 당신이 원하지 않거나 받고 싶지 않은 친밀감과 동정심을 표현할 때
1.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가치관이나 삶의 원칙과 대립되는 행동을 할 때
1. 당신이 바라거나 소망하는 것과 반대되는 일이 발생할 때
적어놓고 보니 분노 뿐 아니라 모든 감정은 '관계' 속에서 생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예민한 사람들이 관계를 피하려 하고 어려워하는 것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감정'이 원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들이 감정을 잘 알고 그것을 잘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3.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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