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뉴턴의 아틀리에 Newton's Atelierㅣ김상욱 유지원, 과학자와 예술가 (민음사)
어떠한 학문이든 깊이있게 들어가면 결국 모든 분야는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미술에도 과학이 있고 과학 이론에도 미학적인 면이 있습니다. <뉴턴의 아틀리에 Newton's Atelier>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과학자는 예술가의 시각으로, 예술가는 과학자의 시각으로 교차해서 쓴 글을 모아 엮은 흥미로운 기획의 책입니다.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왜 수학과 예술이 존재하는지 설명해준다."_김상욱
저자는 경희대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와 유지원 그래픽디자이너입니다. 각자의 전문분야를 새로운 시각으로 묘사해 보는 시도는 독자뿐만 아니라 저자에게도 유익한 경험이었을 듯합니다. 민화의 창의력이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시작된 것임을 생각할 때 두 전문가의 다른 분야 탐색은 또 다른 상상력의 시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쇠라*의 그림을 돋보기로 보면 무심한 점들의 집단을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에서 따뜻함을 느끼려면 거리를 두고 보아야 한다.. 점은 물체가 아니라 과정이다. 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_김상욱
*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 점묘법 대표 화가
책을 손에 잡으면 전체 페이지를 한번 죽 넘겨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은 편집이 독특하다는 일상을 받습니다. 글씨 폰트도 익히 보던 스타일이 아니고 페이지 여백도 윗부분이 유독 좁아 책 표지부터 내지까지 전체적으로 위로 달려 올라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인 유지원 저자의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이유를 물어보고 싶을 만큼 호기심이 생기는 편집 디자인입니다. 조금 어색하지만 뭔가 아마추어 대학 편집실에서 출간된 책처럼 참신합니다.
인공지능의 예술활동에 관한 과학자와 예술가의 생각입니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예술품으로 규정하고 저작권, 소유권, 판매권 등을 부여한다면 그때부터 그것은 예술이 되겠지요. 결국 세상의 많은 가치판단이 그러하듯 대부분의 논란은 결국 정치적인 문제로 귀결됩니다.
"결국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예술품이냐는 질문은 논리나 예술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인지도 모르겠다."_김상욱
2020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이어령 교수가 생전에 추천사를 썼습니다. '낯선 언어는 인식을 확장시킨다'라는 문장이 이 책에 맞춘 듯 잘 어울립니다. 낯선 언어는 인식을 확장시킨다.. 정말 그렇습니다.
'낯선 언어는 인식을 확장시킨다.'는 말처럼 두 저자의 기막힌 만남이 뜻밖의 연결을 만들어내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2023.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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