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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ㅣ에밀 시오랑, 폐허의 철학자 (챕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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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ㅣ에밀 시오랑, 폐허의 철학자 (챕터하우스)


절망, 고독, 죽음, 허무, 이런류의 단어들을 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언제인가는 이런 단어들에 오래 잠겨있고 싶지 않아 회피하기도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길들여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기 때문인지, 혹은 본래 성품이 그쪽에 가까운 건지,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를 좋아합니다. 훗.

 

왜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하겠다. 왜 친구, 희망, 꿈을 가져야 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세상에서 얻을 것이 무엇이 있는가? 「눈물이 뜨거운 것은」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철학자 에밀 시오랑(Emil Michel Cioran, 1911-1995)의 첫 작품으로 1934년 출간되었습니다. 원서의 제목은 <Sur les cimes du désespoir; 절망의 끝에서>로 에밀 시오랑은 '절망의 대가', '폐허의 철학자'라는 애칭을 갖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출신이지만 가장 프랑스적인 산문가로 꼽히는 시오랑은 루마니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잠시 교사직을 맡았던 것 외에 평생 직업을 갖지 않고 작가이자 철학자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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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편의 산문으로 구성된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제목처럼 어두운 글이지만 명징한 의식으로 삶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에밀 시오랑은 지극히 불행한 철학자로 보이지만 어쩌면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바뀌길 기대한, 진정 희망에 찬 용기있는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란 쓸데없고 동정이란 헛된 것.. 동정이나 연민은 소용도 없을 뿐 아니라 모욕적이다. 동정심에는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흔한 것이다. 「동정심의 오만함」 

 

 

비참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음악이 있다는 것도 부끄럽다. 사회생활의 본질은 불공평이다. 「비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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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계에 부딪히고 난 후에는, 일상의 행위와 몸짓에서 매력이 사라진다. 그래도 살고 있는 것은 끝없는 긴장을 객관화하면서 진정시켜주는 글쓰기 덕분이다. 창작은 죽음의 마수에서 우리를 일시적으로 구원한다. 「더 이상 살 수 없음」 

 

에밀 시오랑의 산문은 염세주의적, 체념적, 허무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다운 제대로 된 삶'을 위한 교과서 같습니다. 놀라운 자극제가 되어주는 시오랑의 글에 대해 프랑스 철학자 장 프랑수아 르벨은 '전혀 다른 사고를 음미할 수 있는 희귀한 기쁨과 경쾌한 문체'라고 극찬합니다. 책을 덮으며 그럼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생각하게 됩니다. 


2023.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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