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 귀국! 보고타 El dorado→뉴욕 JFK→인천공항 38시간 여정ㅣKOICA 콜롬비아 해외봉사
콜롬비아에 온지 정확히 1년,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밤늦은 시각 출발하는 항공편이라 전날 짐을 대충 정리해 두고 오전에 다시 잘 챙겨 넣습니다. 확장형 케리어인데 되도록 확장하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블록 맞추기 하듯 각 맞춰 끼워 넣습니다. 무게는 올 때보다는 조금 무거워진 듯한데 공항에 조금 일찍 가서 재봐야겠습니다. 오전 내내 날이 화창했는데 오후가 되니 강풍에 폭우가 쏟아집니다.
다행히 오후 늦게 비도 바람도 그쳤습니다. 18시에 임대인과 만나 인벤토리 체크를 하고 열쇠를 건네줍니다. 수시로 발생하는 정전과 단수,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임대인, 징그러운 벌레까지 출몰하는 애증(!)의 집을 드디어 떠나네요.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안전한 동네라는 것에 만족하며 그래도 무탈하게 잘 지내다 갑니다. 강풍과 폭우 덕분에 바닥에 낙엽이 떨어진 게 마치 가을 분위기가 납니다.
우버를 타고 보고타 엘도라도 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El Dorado Bogota)으로 갑니다. 같이 출국하는 동기선생님과는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금요일 퇴근시각이라 차가 많네요. 승객에게 이런저런 말을 시키지 않는 과묵한 기사님이라 가는 동안 편안하게 공상에 빠져듭니다. 음.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 우선 캐리어 무게부터 재봅니다. 하나는 20.7kg, 다른 하나는 19.2kg, 합격입니다. 올땐 16kg 정도였던 것 같은데 옷이랑 신발을 다 버려도 선물을 많이 사서 그런지 무게가 늘었습니다. 공항 한쪽에 앉아 동기선생님을 기다립니다. 콜롬비아에 있으면 동양인은 어디서나 한 번쯤 눈길을 받기 마련인데 역시 공항에서는 아무도 인종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들 관심은 캐리어 무게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동기선생님을 만나 창구에 짐 부치러 갑니다.
집에서 나올 때 남은 야채와 과일, 계란으로 샐러드를 두 팩 만들어왔는데 보안검색대에서 혹시나 뺏길까봐 푸드코트에 가서 하나씩 먹고 입국장으로 들어갑니다. 자동출입국심사 시스템이 설치는 돼있는데 오류가 많습니다. 저와 동기는 콜롬비아 비자가 있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데 계속 오류가 나 이민국 직원에게 도장을 꽝! 받고 나갑니다. 공항에서는 역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게이트에서 잠시 기다리니 보딩 합니다. 뉴욕 JFK로 가는 비행기인데 기체가 신형이네요. 비상구 좌석이라 레그룸도 넓고 좋습니다.
뉴욕 JFK 공항에 새벽 6시에 내립니다. 경유시간이 6시간 정도 되니 여기서 또 한참을 머물러야합니다. 수하물을 찾아 끌고 터미널4에서 터미널1로 이동합니다. 셔틀버스는 오전 9시부터 운행이라 공항철도를 타고 터미널8로 가서 다시 셔틀로 갈아탑니다. 문제는 뉴욕도 여름이라는 건데.. 후텁지근한 게 새벽부터 꽤 덥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영어로 된 안내방송이 반갑습니다. 그런데 입에선 초급 스페인어가 자꾸 튀어나오네요. 스위치 고장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9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해서 창구 앞에 앉아 또 기다립니다. 시차 맞추려고 한숨도 안 잤더니 배는 안고프고 피곤하기만 합니다. 입고 버릴 생각으로 바짓단을 댕강 자른 코이카 츄리닝이 이 상황에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너무 편하네요. 수속하고 입국장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식사를 합니다. 뉴욕에서 인천까지 15시간 정도 걸리는데 지루함을 잘 견뎌내길 바라며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이륙하자마자 점심이 나옵니다. 당연히 비빔밥! 시래기국도 맛있고 멸치볶음도 맛있고 뭐 하나 별로인 게 없습니다. 중간에 샌드위치 간식이 한번 나오고 두 번째 식사도 나옵니다. 이번엔 제육볶음을 골랐는데 청경채가 들어있네요. 오. 기내에서 꼼짝 않고 앉아 계속 먹기만 하는데 소화가 잘 되는 게 놀랍습니다. 제가 잠시 살았던 보고타와 런던 위성사진도 찾아보고 이동 경로도 계속 돌려보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17시 1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인천공항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한국은 역시 후텁지근, 장마철이라 습기도 많습니다. 잠깐씩 졸긴 했지만 거의 뜬 눈으로 35시간 정도를 보냈더니 몸이 무겁습니다. 짐을 찾아 공항을 빠져나옵니다. 집 가는데 3시간이 걸리니 Door to door, 38시간의 긴 여정입니다. 주님, 큰 탈 없이 1년의 해외봉사활동을 잘 마치고 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마태복음7:11)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 If you, then, though you are evil, know how to give good gifts to your children, how much more will your Father in heaven give good gifts to those who ask him!
2023.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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