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툰하 Tunja에서 소가모소 Sogamoso 가는 길, 선생님네서 또 먹고 자고ㅣColombia 콜롬비아 여행
툰하 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de Tunja)까지 다시 택시를 탔는데 아까 갈 땐 11,000pesos, 올 땐 6,000pesos 입니다. 흠. 갈 때 택시요금 바가지 맞았네요. 평일 낮시간대라 터미널이 한산합니다. 버스회사 직원들이 호객하느라 연신 고함을 질러댑니다. "BOGOTA!! BOGOTAAAAA!!!!!!" 안타깝지만 저는 소가모소Sogamoso로 갑니다 여러분. 이번에도 가장 무난한 리베르따도레스(Libertadores) 창구로 갑니다. 곧 출발하는 표를 사고 승강장으로 내려갑니다.
버스는 잘 지어진 현대식 터미널을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흠. 근데. 버스가 보고타 방향으로 달리며 속도를 올립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섭니다. 구글맵을 유심히 보니 중간에 유턴구간이 보이네요. 유턴하면 다행, 아니면 내려야하니 이동경로를 주시합니다. 다행히 유턴해서 북쪽으로 다시 달립니다. 식겁. 4시쯤 툰하Tunja를 출발한 버스는 빠이빠Paipa, 두이따마Duitama에 잠시 정차하고 1시간 만에 소가모소Sogamoso에 도착합니다.
작고 낡은 소가모소 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Sogamoso)이 정겹습니다. 이번 여행은 사실 소가모소에 계신 선생님을 만나는 게 주목적입니다. 겸사겸사 인근 마을 구경도 하고 보야카 기념품도 사갑니다. 터미널 인근 시장에 들러 망고 한 봉지 샀는데 3,000pesos(8백원) 밖에 안 하네요. 과연 맛이 어떨지.. 꼬질꼬질 귀여운 시골 개 세 마리가 아옹다옹 투닥거리며 길막 중입니다. 방해하지 않으려고 곁을 크게 돌아 지나갑니다.
선생님댁에 도착하니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저는 먹는데 관심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숨은 먹보 DNA 보유자입니다. 콧구멍을 발름대며 일단 씻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비도 맞고 바람도 맞았더니 아까 길에서 만난 개들 마냥 꼬질한 기분입니다. 뭐라도 도우려고 조리대를 기웃거리는데 뭘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실리콘으로 된 작은 조리도구를 들고 냄비 내벽에 붙은 당면과 야채를 아래로 쓱쓱 밀어내립니다. 음. 긁적긁적. 문득 조리대 풍경이 근사해 보여 휴대폰을 들고 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이름 모를 조리도구로 레몬을 슥슥 갈고, 살살 볶고, 양념을 치고, 요리는 예술입니다.
라탄 소재의 언더 플레이트가 선생님이 만든 음식의 가치를 한층 살려줍니다. 저도 요리를 좀 배워보고 싶네요. 하고싶다는 말의 이면에 하기 싫다는 무의식이 숨어있다고는 하지만. 흠흠. 샐러드, 보리쌀로 지은 곡물밥, 새우랑 오징어 구이, 잡채까지 오늘도 고급스럽고 맛깔스러운 음식입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해서 드신다니 게으른 사람에게 요리는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새우와 오징어는 특유의 냄새도 전혀 없고 소스까지 너무 맛있습니다. 밥 먹으러 소가모소에 온 건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흐흐.
보고타 제 집보다 안락한 침구 속에서 푹 잘자고 일어납니다. 오늘은 오전에 소가모소 인근 마을 한 곳을 구경하고 점심 후에 보고타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아침으로 차려주신 스크램블에그가 너무 맛있습니다. 아.. 사과를 이렇게 썰어서 어긋나게 놓으면 보기에도 예쁘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군요. 남김없이 잘 먹고 외출할 준비를 합니다. 선생님은 식물을 좋아하시는데 '프리마베라(Primavera; 봄)'라는 이름의 꽃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줄기에서 나온 꽃들인데 꽃잎 색이 저렇게 다양할까요. 이름처럼 아름다운 꽃입니다.
(고린도후서6:1)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로서 너희를 권하노니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As God's fellow workers we urge you not to receive God's grace in vain.
2023.7. 씀.
'[해외] 여행 생활 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5) 피라비토바 Firavitoba 마을 구경, 소가모소 채식 식당에서 점심ㅣColombia 콜롬비아 여행 (0) | 2023.07.18 |
---|---|
(324) 피라비토바 Firavitoba, 나무땔감 화덕에 구운 보야카 최고의 빵ㅣColombia 콜롬비아 여행 (3) | 2023.07.17 |
(322) 보야카 전통 컵 구입, 툰하 Tunja 마을장터 구경ㅣColombia 콜롬비아 여행 (0) | 2023.07.16 |
(321) 툰하 Tunja 보야카의 주도, 2800m 바람 많은 고산도시ㅣColombia 콜롬비아 여행 (0) | 2023.07.16 |
(320) 푸엔테 보야카 Puente Boyacá(보야카 다리), 콜롬비아 독립의 상징ㅣColombia 여행 (0) | 202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