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푸엔테 보야카 Puente Boyacá(보야카 다리), 콜롬비아 독립의 상징ㅣColombia 여행
다시 보야카Boyacá 지방으로 여행을 갑니다. 며칠 전 코워커 신디가 한국 가기 전에 꼭 가볼 곳! 이라고 하면서 몇 군데를 찍어줬는데 그 가운데 한 곳을 첫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푸엔테 보야카(Puente de Boyacá)', 보야카 다리인데 1819년 콜롬비아 독립 직전 마지막 '보야카 전투'가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우리나라의 독립기념관 같은 곳일 듯합니다. 아침 일찍 북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del Norte)에 가서 툰하Tunja 행 버스를 탑니다. 툰하에서 남쪽으로 15km쯤 떨어진 곳이라 기사분께 가다가 내려달라고 미리 말해둡니다.
평일 아침이라 보고타 근교로 출근하는 차량들로 이미 교통체증이 시작됐습니다. 옆자리 승객이 계속 말을 겁니다. 무척 다정한 성격이시네요. 새벽에 잠을 설쳐서 좀 자고싶은데.. 쉼 없이 말씀하셔서 끊을 지점을 찾지 못해 잠시 고통받다가 적당한 시점에 쉬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습니다. 해가 쨍쨍했는데 버스가 보야카 지방으로 넘어가자마자 비가 쏟아집니다. 창문 커튼을 걷고 바깥 경치를 구경합니다.
다정한 옆자리 승객분이 기사분과 제가 내리면 좋을 지점을 한참 논의하시더니 어딘가에 차가 정차합니다.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공원입니다. 고속버스 문 앞 계단까지 내려서서 손을 흔들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잘 둘러보겠습니다. ¡Adios!(안녕!) 비가 많이 와서 날이 좀 갤 때까지 카페에 들어가 있기로 합니다. 따뜻한 아로마티카프루타(Aromática fruta)와 알모하바나(Almojabana)를 먹으면서 창 밖을 구경하는데 비를 쫄딱 맞은 개 한 마리가 조심조심 들어오더니 제 뒤에 자리를 잡고 눕습니다. 사람 곁이 따뜻한 걸 아는 녀석이네요. 누워서 찡얼찡얼 대는 게 배가 고픈 듯해서 카페 주인에게 쟤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치킨파이(Pastel de pollo) 하나를 삽니다. 카페에서 흔히 있는 일인 듯 직원이 파이를 데우지 않고 줍니다. 조금씩 뜯어서 내려놔주니 잘 먹네요. 인물도 좋고 덩치도 좋은 걸 보니 그래도 이 근처에서 잘 먹고 다니는 듯합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구름도 조금씩 밀려갑니다. 카페에서 나와 박물관(Ciclorama)쪽으로 내려갑니다. 초등학교에서 견학 온 듯 박물관 내부가 어린아이들과 인솔교사들로 시끌시끌합니다. 주변 언덕에는 보야카Boyacá 지역 123개 지방자치단체의 깃발이 세워져 있습니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시몬 볼리바르 기념비(Monumento a Simón Bolívar) 쪽으로 올라갑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아이들도 줄을지어 이쪽으로 올라옵니다.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 1783-1830) 동상은 5인의 뮤즈 위에 세워져 있는데 그로 의해 독립하게 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5개국의 의미합니다. 동상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읭? 아까 카페에서 만난 강아지가 기념비의 한 구성요소인양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바닥이 여전히 빗물로 축축한데 춥지 않은지 눈 감고 사색에 잠깁니다. 올라오는지도 몰랐는데 역시 공원 전체가 녀석의 구역입니다. 소풍 나온 초등학교 아이들은 역시나 기념비 앞에서 사진촬영을 합니다.
고도가 2,800m 정도 되는 곳이라 바람도 태풍급입니다. 우산도 몇 번 뒤집어졌습니다. 비로 비끄러운 언덕을 조심조심 내려가 '보야카 다리(Puente de Boyacá)'로 갑니다. 수령이 수백 년? 수천 년? 은 되어 보이는 등걸이 굵은 나무들이 영험한 기운을 내뿜습니다. 날이 갠 덕분에 어느 카페에서 저처럼 쉬고 있던 여행객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옵니다. 근사한 야자수 터널을 지나 보야카 다리가 있는 계곡에 도착합니다.
가운데 '영원한 자유의 불꽃(la llama perpetua de la Libertad)'이 놓인 깃발 광장(La plaza de banderas)이 있고 보야카 다리 건너편에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산탄데르(Francisco de Paula Santander, 1792-1840)의 동상이 높이 세워져 있습니다. 보야카 다리(Puente de Boyacá) 위는 기념촬영하는 사람들로 자리가 빌 틈이 없습니다. 전쟁의 역사를 품은 장소이지만 현재는 더 없이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다시 툰하Tunja 행 버스를 타러 갑니다.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변을 따라 올라가면서 버스가 오는지 뒤를 계속 체크합니다. 지나가는 고속버스를 잡아 타려면 직선구간 어디쯤 서 있어야 할 듯해서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걷습니다. 소 한 마리가 길 안쪽 풀밭에 묶여 있길래 인사합니다. 코뚜레에 고삐가 짧게 매어있어 그 부근을 벗어나진 못하네요. 소의 성향을 잘 모르니 가까이 가진 않습니다. 콜롬비아 얼룩소들은 얼굴이 특히 귀엽습니다. 다시 도로가로 나와 걷는데 멀리서 낡은 승합차가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보니 <Tunja>행입니다. 손을 번쩍 들어 버스를 세우고 올라탑니다.
(이사야55:11)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되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 So is my word that goes out from my mouth: It will not return to me empty, but will accomplish what I desire and achieve the purpose for which I sent it.
2023.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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