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2,000m 삐에드라 꼴가다 등산 Piedra colgada, 카케사 Caqueza 여행ㅣ콜롬비아 Colombia
산을 오르다 보니 하늘과 거의 닿은 높은 산꼭대기에 성모마리아 동상(Cerro virgen de Monruta)이 보입니다. 지나가는 현지인분께 이 길 따라 올라가면 저기까지 가는 거냐 여쭤보니 맞다고 하시면서 "Casi llegando.(거의 다 왔어요.)"라고 하십니다. 흠. 한참 멀어 보이는데, 다시 힘을 냅니다. 완만한 경사로인데 햇빛이 너무 강해 우산을 써도 열기가 느껴집니다. 걷다 보면 마치 오아시스처럼 카케사 마을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지점이 나오는데 잠시 서서 숨을 고릅니다. 경치가 정말 멋집니다.
뙤약볕에 산책 나온 닭 무리를 만났습니다. 덩치가 작고 꽤나 날쌥니다. 근처에 농장도 안 보이는데 집이 어딘지, 모든 동물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는 깊은 산중 시골마을 풍경입니다. 구글맵 상으로는 이제 400m 정도 남았습니다. 다 무너져가는 저 카페(?) 맞은편 좁은 산길로 올라갑니다. 카페에 음악 소리도 들리고 돌아보니 커피 마시는 사람도 보입니다.
산길을 200m쯤 걸었는데 살짝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아까 산 아래에서 올려다본 성모마리아 동상(Cerro virgen de Monruta)이 보입니다. 오! 360도 절경이 펼쳐집니다. 길 오른편에 뾰족하게 깎아낸 듯한 기암절벽이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무서워서 올라서진 못하고 살짝 엎드려 절벽을 걸치고 마을 전망을 찍어봅니다. 아름다운 건 위험한 건가요. 정말 멋지네요. 동기 선생님도 반쯤 올라가서 사진 하나 찍고 바로 내려옵니다. 이곳이 구글맵상으로 삐에드라 꼴가다(Pierda colgada: 매달린 암벽)입니다.
성모마리아 동상이 있는 꼭대기로 갑니다. 등산길에 만난 주민 한 분을 다시 뵙네요. 인사를 주고받다가 기암절벽에 대해 말씀해 주시는데 저기서 인생샷 찍다가 낙상사고로 죽은 사람이 많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바람도 강하니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겠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기암절벽이 있는 곳은 마치 산을 비스듬히 깎아낸 듯 산세 자체가 위험해 보입니다.
강한 바람을 피해 동상 뒷쪽에 잠시 앉아 절경을 감상하며 초콜릿 하나 까먹습니다.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담을 수 없는 감동을 만끽합니다. 처음 보는 특이한 모양의 식물도 꽤나 됩니다. 건조하고 바람 많은 2,000m 산정상에서 저렇게 높이 자라는 걸 보면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동상 옆에 기대앉은 제 모습이 영락없는 가오나시입니다. 등산 후 긴장도 풀리고 절경에 취해 늘어졌네요. 좋다.
산을 내려갑니다. 갈 땐 왔던길이 아닌 반대편으로 난 좁은 계단을 이용합니다. 현지 주민분이 이 방향이 훨씬 빠르고("Muchisimo cerca.") 길도 좋다("Muuuy buena.")며 추천해 주셔서 내려갈 땐 다른 쪽으로 가봅니다. 좁은 계단 양 옆이 수직절벽인데 난간도 안전장치도 없습니다. 아찔함의 연속인데 내려다보이는 절경은 두말할 게 없습니다. 올라올 땐 구글맵에 나오는 시골길을 따라왔는데 이쪽이 '찐 등산로'네요. 수풀이 빽빽하게 우거져 햇빛도 가려주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산길입니다.
한참 내려오다가 갈림길에 자리잡은 작은 가게 하나를 마주칩니다. 카페인 듯해서 물어보니 아이스크림도 팔고 커피도 있다고 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플라스틱 컵에 주스를 담아 얼린 나름 수제아이스크림입니다. 갈증이 심했는지 한 자리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뚝딱 해치웁니다. 아이스크림을 노리고 몰려드는 동네 멈머들에게도 한입씩 나눠줍니다.
고산지대 날씨는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좀전까지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더니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심하게 붑니다. 우산을 꺼내 쓰고 내려가는데 비가 금세 그치더니 크고 선명한 무지개가 나타납니다. 아름다운 무지개로 마무리하는, 오늘도 근사한 하루입니다. 올라갈 땐 1시간 조금 넘게 걸렸는데 내려올 땐 30분도 채 안 걸린 듯합니다. 현지 주민분 말씀대로 훨씬 가까운 길이네요. 고맙습니다.
(역대하16:9)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를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 For the eyes of the LORD range throughout the earth to strengthen those whose hearts are fully committed to him.
2023.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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