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상이군경 대상 마지막 수업, 기념사진ㅣKOICA 콜롬비아 미술교육
콜롬비아는 평균 월 2~3회 정도 공휴일이 있는데 6월은 둘째, 셋째 주 월요일이 공휴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상이군경분들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번달은 코이카(KOICA) 현지평가회의도 월요일이고 해서 이래저래 수업이 많이 빠집니다. 다음 주 금요일은 미술작품 전시회가 있고 수요일은 장애인 분들 대상으로 수업이 있으니 오늘이 거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수업시간에 늘 작품 사진이나 수강생분들만 기록으로 남기다보니 제가 같이 찍힌 사진이 갤러리에 거의 없습니다. 오늘은 사진을 좀 찍어보기로 합니다. 오늘 마침 코이카(KOICA) 조끼도 입고 와서 기념사진 용으로 딱입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시는 상이군경분들입니다. 처음 뵐 때부터 한결같이 점잖고 매너 있는 분들이라 가끔 제가 마음이 힘들 때 직간접적으로 위로가 되어주는 분들입니다.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인 제게 감정기복 없이 안정적인 까르멘은 활동 내내 많이 의지가 된 분입니다. 외국인인 제가 소외감이 들지 않게 소소하게 많이 챙겨주시는데 오늘은 커피 두 봉지를 건네주시네요. 부모님이 콜롬비아산 커피를 좋아하신다고 수업중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부모님 가져다 드리라고 챙겨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죠반니 화백입니다. 수준급 실력자이신데 최근에 한국화에 재미를 붙이셔서 한동안 먹물로만 작업하고 계십니다. 역시나 점잖고 단정하신 분이라 수업시간에 와 계시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분입니다. 마지막 부채그림은 선물이라며 한국에 가져가라고 하시는데 코워커 신디에게 물어보고 챙겨가기로 했습니다.
미술수업에 참여하신지 이제 석 달쯤 된 조나단인데 그림 스타일이 무척이나 섬세합니다. 수업시간에 거의 말씀이 없으시고 조용히 그림에만 집중하시는데 차분한 성격이 그림에도 묻어납니다. 선이 가늘고 세밀한 그림체를 따라 해보고 싶어 몇 번 시도해 봤는데 저는 그쪽(?)은 아닌가 봅니다. 수행을 더 열심히 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단념하는 게 맞겠습니다. 흠.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해 수업시간을 미술활동 50%, 동물이야기 50%로 채우는 훌리앙은 근무 중 부상으로 시력을 잃은 경찰입니다. 동물 좋아하는 저로서는 훌리앙과 미술활동하며 강아지, 고양이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오늘도 한지색종이로 콜라주 작업하며 고양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처럼 노란색을 좋아하시는데 오늘 마침 셔츠도 모자에 새겨진 글씨도 노란색이네요. 다음 주 전시회 날 노란색 콜롬비아 축구팀 유니폼 셔츠를 선물로 주신다는데 기대가 됩니다. 노랑노랑.
오후 수강생분들입니다. 상이군경 수강생분들은 대체로 친근한 성품에 단정한 애티튜드를 가진 분들이라 월요일, 금요일 수업을 좋아합니다. 가끔 기분 다운돼 있는 저를 볼때마다 걱정 어린 위로를 해주시던 파트리시아, 그림을 마치 화학물질 연구하듯 진지하고 신중하게 대하는 울리세스, 사람 좋은 웃음이 시그니처인 까를로스, 오늘 마침 세분이 사이좋게 한 작업대에 앉으셨네요. 셀피 각도가 안 나와 헤수스에게 부탁했는데 손가락이 같이 찍혔습니다. 킄.
대학 때 제 별명이 거북이였는데 까를로스도 본인 애칭이 거북이라며 자화상(!)을 그립니다. 다 완성하고 나서 다른 지역에 사는 2살 된 딸에게 영상통화로 거북이 그림, 미술실에 있는 다른 그림들을 보여주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다정한 아버지입니다. 그림 제목이 뭔가 심오해 보입니다. 'El viejo tonto..(늙은 바보)' 어떤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이셨는지 궁금합니다. 휠체어를 이용하시는데 키가 크고 덩치가 있으셔서 그런지 다리에 늘 혈액순환이 안된다며 오늘도 두꺼운 담요를 덮고 오셨습니다.
매일 커다란 초코바를 주시는 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초코바를 주시면서 카카오는 콜롬비아산이 최고급이라며 한국 돌아가서도 꼭 기억해 달라고 말씀합니다. 지난 시간부터 본인의 좌뇌, 우뇌 지도를 그리고 계시는데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다양한 걸 배우고 연구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인데 제 주변에도 퇴직하신 분들 중에 존과 비슷한 분들이 몇 분 계셔서 낯설지 않습니다. 결과물을 기대해 봅니다.
얼굴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 있는데 기제르모가 그런 분입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한 날 수업시간에 'Hola!(안녕!)'하면서 들어오는 기제르모를 보면 복잡한 생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반려동물 아홉 마리와 같이 사셔서 셔츠에 늘 동물 털을 붙이고 오시는데 고양이 집사인 저로서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모습입니다. 검은 옷에 늘 다콩이 흰털을 붙이고 다니는 저도 동물 좋아하는 누군가가 웃으며 바라보겠지요.
다음 주 수료식에 우수상 받는 다섯 분 중 두 분인 호르헤와 헤수스입니다. 제 활동기간 내내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석하시고 자리도 꼭 제 바로 앞에 앉으셔서 정이 많이 든 분들입니다. 헤수스는 그림실력이 정말 좋아져서 전시회용 대형이젤에 그림이 4개나 붙었습니다. 호르헤는 약간 무성의하게 그리시는 편이라 그림을 하나도 못 붙였는데 지금 작업 중인 그림은 마무리하시면 이젤에 붙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갑자기 집중해서 채색하십니다. 파이팅!
(시편19:12) 자기 허물을 능히 깨달을 자 누구리요 나를 숨은 허물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Who can discern his errors? Forgive my hidden faults.
2023.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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