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보고타 폭우로 정전·단수, 개도국의 사회기반시설ㅣKOICA 해외봉사 콜롬비아
어제 샤워하고 세탁기 돌리고 설거지하고 청소까지 마치고 나니 저녁 7시쯤 갑자기 싱크대 수전에서 구륵구륵 소리가 납니다. 또 단수인가 싶어 수전을 올려보니 역시 물이 안 나옵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전기 문제로 물이 안 나오는 것 같다며 서비스를 부르겠다고 합니다. 제가 이 집에 들어온 지 이제 8개월쯤 됐는데 벌써 네 번째네요. 으. 수리기사가 오신 듯 복도가 시끌시끌하더니 이내 조용해집니다.
원인을 찾지 못해서 내일 다시 수리하러 온다는 집주인 메시지가 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개수대에 남은 물로 해바라기 화병에 물을 주고 생수 사러 나갑니다. 해바라기를 사 온 지 열흘이 넘었는데 여전히 향도 진하고 꽃도 싱싱합니다. 복도에 나와보니 엘리베이터도 작동을 멈췄습니다. 집 내부 전기는 괜찮은데 공용전기가 같이 나간 듯합니다.
큰 생수 배달을 시키려다가 집주인이 오늘 오후에는 복구된다해서 일단 3L짜리 마실 물만 한통 사 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전기와 수도 복구가 더 늦어지겠네요. 그래도 집 내부 전기가 나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포트에 물을 끓어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십니다. 빗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집에 물소리도 듣고 싶네요.
이전에도 늘 예고없이 물이 안 나오거나 전기가 나가서 코이카에서 준 생존가방에 있는 물통에 물을 늘 받아두는데 양치나 설거지는 급한 대로 받아놓은 물을 사용합니다. 다행히 오늘 수업은 없어 집에서 쉽니다. 신디에게 집에 또 물이 안 나온다고 투덜대니 "또?(Otra vez?)"라고 합니다. 콜롬비아 시골지역에서는 수시로 있는 일이지만 보고타에서는 그리 잦은 경우가 아니라며 제 집이 좀 이상하다고 하는데, 보고타에는 수시로 단수와 정전이 있다는 집주인과 말이 다릅니다. 저는 코워커 신디의 말을 신뢰합니다.
폭우가 조금씩 잦아듭니다. 집주인이 수리기사들을 대동하고 왔습니다. 건물 전체에 집주인 소유 집이 몇 채 있으니 본인도 급하겠지요. 얼른 복구되길. 가끔 단수가 되면 물 쓰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는데 과일이나 야채를 씻어 먹을 수 없다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비가 그치고 중간중간 수전에서 끄윽끄윽 소리가 나는 게 곧 물이 나올 듯합니다.
한참 다른 일 하다가 창 밖에 웅성웅성 소리가 나서 내다봅니다. 경찰차 두 대와 경찰오토바이 한 대를 세워두고 경찰 세 명이 불심검문 중입니다. 근처에 무슨 사고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네요. 몸수색, 트렁크, 차량 내부 좌석 아래와 뒤편, 대시보드 수납함까지 다 뒤지고 차량 내부에 있는 서류까지 다 들춰봅니다. 그래도 웃으며 응하는 운전자를 보면 콜롬비아나 미국처럼 총기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나라에서는 또 이런 검문이 일상적인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후 6시쯤 물이 나오길래 녹물을 한참 빼내고 얼른 쌓인 설거지를 합니다. 혹시나 해서 물을 또 조금 받아뒀는데 30분쯤 지나니 다시 물이 안 나옵니다. 집주인에게 영상으로 찍어 보내니 다시 수리팀이랑 같이 오겠다고 합니다. 결국 저녁 9시가 돼서야 완전 복구됩니다. 16세대가 사는 아파트에 임시 발전기도 없고, 전기와 수도는 수시로 나가고, 한국에 있었으면 겪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끙.
(시편5:3) 여호와여 아침에 주께서 나의 소리를 들으시리니 아침에 내가 주께 기도하고 바라리이다. In the morning, O LORD, you hear my voice; in the morning I lay my requests before you and wait in expectation.
2023.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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