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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름다움의 구원ㅣ한병철 Byung-Chul Han, 재독 철학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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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름다움의 구원ㅣ한병철 Byung-Chul Han, 재독 철학자 (문학과지성사)


철학책은 어렵습니다. 어느 한 부분 쉽게 읽히다가도 다시 방향을 잃습니다. 한병철(Byung-Chul Han, 1959) 철학자의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간에 정리가 잘 안 돼서 덮었다가 다시 이끌리듯 책을 폅니다.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이 책 <아름다움의 구원, 2016>도 여러 번 읽다 말았다 다시 읽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꾸역꾸역 마지막 페이지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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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작가의 그림을 볼 때 아름답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는 그 그림에서 어떠한 부정성도 발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감정 상태에도 거스를 것이 없는, 그러한 아름다움을 한병철 철학자는 '매끄러움의 미학'이라고 말합니다. 


아름다움의 미학은 근대의 독특한 현상이다. 미는 그 순수한 긍정성 속에 갇힌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좋아요(Like)를 추구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긍정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매끄러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결되는 예술가가 벌룬독(Balloon Dog)의 작가 제프쿤스(Jeff Koons, 1955)입니다. 완벽하게 매끄러운, 그래서 해석도 해독도 생각할 것도 없는 그것을 이 책에서는 '좋아요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쉽게 아름답다고 평하는 모든 것들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갖다 대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신자유주의적인 미의 통치는 강제들을 낳는다.. 미는 무엇보다도 자극을 만들어내야 하고,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 헤겔이 판매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 예술조차 이제는 자본의 논리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예술의 자유는 자본의 자유에 자신을 복속시킨다. 

 

 

어느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작가라는 직업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끌어내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부정성이 제거된 상태가 아름다움의 진리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중요한 가치들이 배제된 가벼운 아름다움이 돼버립니다. 


미는 단순히 미적인 것을 넘어서서 윤리적인 것, 정치적인 것에 자신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초월성, 의미심장함, 가치성을 모조리 잃어버린다. 윤리적, 도덕적 판단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미는 소비의 내재성에 자신을 내맡긴다. 

 

<아름다움의 구원>은 한병철 철학자의 앞선 저서들 '피로사회', '투명사회'와 큰 틀에서는 결을 같이 하는 책입니다. 원만하고 효율적이며 긍정적이고 매끄럽고 속도 빠른 것에 가치를 두는 현대사회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움 역시 모든 부정성이 제거된, 누구의 마음에도 거칠 것이 없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라는 수식어로 점철된 자본주의에 걸맞은 개념이 되어버렸습니다.  


미는 만족의 대상으로, 좋아요의 대상으로, 임의적이고 편안한 것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는 미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구원이 필요한 현대사회의 미(아름다움), 기독교적 개념으로는 은혜와 율법이 오버랩됩니다. 아름다움 역시 율법적이 되어버린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인들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는 한병철 철학자의 책은 어려운 숙제 같지만 그래서 자꾸만 찾아 읽게 됩니다. 구원이 절실한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질문들입니다.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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