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보고타 마트 미깜뽀 Mi Campo 장보기, 식재료 물가, 우사껜 Usaquén 주말 풍경
아직 집을 못 구했는데 2주 후에는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를 비워야 합니다. 다음 주에는 또 스페인어 시험이 있고, 그다음 주에는 스페인어 PPT 발표가 있습니다.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주말이니 숙소에서 찬양도 크게 따라 부르고, 마트에 가서 좋아하는 과일도 사다 먹습니다. 이 동네(우사껜, Usaquén)도 얼마 후엔 떠난다고 생각하니 사진을 몇 장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트 가는 길에 용기를 내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풍경 사진을 찍습니다. 마침 화창하네요.
저는 찌질이 겁자라 골목 안 화단 뒤에 숨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꽃들도 예쁘고, 하늘도 예쁘고, 마을 풍경이 잘 나왔습니다. 우사껜(Usaquén)은 사실 주택가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촌이지만 길에서 휴대폰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휴대폰을 노린 강도가 사건사고의 80%가 넘고, 단순한 휴대폰 분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상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보고타(Bogotá)에서는 길에서 휴대폰을 꺼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제가 즐겨 다니는 마트 미깜뽀(Mi Campo; 나의 시골)입니다. 1층은 주차장이고 2층이 마트, 3층은 피트니스 센터입니다. 다시 한번 용감하게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 찍고 후다닥 마트 안으로 들어갑니다. 식재료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저렴하지만 현지인들의 급여 수준을 고려할 때 물가는 굉장히 비싼 편입니다. 로컬 식당 한 끼 식사가 10,000 pesos(3천 원)인데, 우유 1리터에 6,000 pesos(1,800원), 요구르트 1리터에 20,000 pesos(6천 원)이니 생활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중남미에서 많이 먹는 비스킷 브랜드 TOSH 입니다. 저는 비스킷을 좋아하지 않아 이것 말고 우리나라 쌀과자 같은 곡물 스낵을 종종 사다 먹습니다. 달거나 짜지 않아 출출할 때 간식으로 좋습니다. TOSH 비스킷도 저렴하진 않은데, 한 봉지 7,000~9,000 pesos(2~3천 원) 정도 합니다.
과일과 채소는 제가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라 저렴한 것, 그렇지 않은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파파야(papaya)와 바나나(banano)는 저렴하지만 숙소에서 조식으로 나오니 사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보통 바나나의 5배 정도 크기의 플라타노(plátano)도 저렴합니다. 플라타노는 날것으로 먹는 과일은 아니고 요리해서 먹어야 하는 채소로 볼 수 있습니다. 아히아꼬(Ajiaco) 같은 수프류에도 들어가고 잘라서 튀겨 간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초록색 레몬(Limon Tahiti)입니다. 라임(Lime)과 같은 종인 지는 모르겠지만 모양은 노란 레몬과 다르게 볼록 나온 꼭지 없이 동그랗습니다. 스페인어 선생님(Mary Jo)이 이 레몬을 좋아하는데 저도 좋아해서 종종 샐러드에 곁들여 먹습니다. 토마토는 초록색(Tomate verde)과 빨간색(Tomate Chonto)이 있습니다. 초록색 토마토는 즙이 많지 않아 샌드위치나 요리에 사용하고, 빨간 토마토는 날것으로 먹습니다. 토마토는 저렴합니다.
오이는 두 종류가 있는데 호박처럼 굵고 큰 것(Pepino cohombro)과 우리나라 오이 같은 얇고 길쭉한 것(Pepino europeo)이 있습니다. 호박처럼 굵은 오이가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저렴하고, 얇은 오이는 수입산으로 6배 정도 비쌉니다. 굵은 오이는 씨가 호박씨처럼 굵어서 잘 안 씹히는 단점이 있지만 맛은 똑같습니다. 가운데 노란색은 호박인데 한 번도 사 먹어 보진 않았습니다. 콜롬비아는 감자(Papa)가 저렴하고 맛있는데 크기와 맛이 다양합니다. 아쉽게도 고구마는 없습니다.
손질한 식재료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코너입니다. 저는 여기서 팩으로 포장된 사과, 양송이버섯, 포도, 방울토마토 등을 주로 삽니다. 양송이버섯은 저렇게 한팩에 13,000 pesos(4천 원)인데, 우리나라와 가격이 비슷하니까 여기서는 굉장히 비싼 식재료에 속합니다.
계산을 하는데 뭔가 계산하시는 분이 저를 속이려는 느낌이 들어 유심히 지켜봅니다. 요구르트를 두 번 찍고, 감자도 비싼 종류로 찍고, 사과를 복숭아 가격으로 찍었습니다. 다시 정정하라고 하고 돈을 지불하는데 거스름돈을 제대로 안 줍니다. 갑자기 외국인 열등감이 욱하고 올라와서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스페인어 초급반 학생이 화를 내면 무섭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색적인 표현(욕은 아님ㅋ)를 내뱉기 때문입니다. 계산원이 놀라서 저를 보더니 미안하다고 여러 차례 말하고 거스름돈을 다시 제대로 줍니다. 씩씩대면서 계단을 내려오는데 숨이 찹니다. 고산지대에서는 화를 내면 안 되는데,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하면서 집으로 옵니다.
숙소에 와서 점심을 잘 차려 먹고 스페인어 공부하려고 앉았는데 졸립니다. 잠시 숙소 옥상 테라스에 올라가 바람을 쐬고 옵니다. 마트 갈 때만 해도 날이 따뜻하고 화창했는데, 그새 먹구름이 끼고 쌀쌀해졌습니다. 보고타(Bogotá) 날씨도 런던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습니다. 그래서 성격이 변덕스러운 제가 런던과 보고타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저는 자연이든 사람이든 이런 한결같지 않음을 사랑합니다. (흠흠)
2022.8.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