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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장 로랭 <장 로랭 환상 단편집 中 가면>을 읽고ㅣ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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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장 로랭(Jean Lorrain, 1855-1906)의 단편집 <장 로랭 환상 단편집 Contes fantastiques de Jean Lorrain>입니다. 장 로랭은 19세기말 파리의 전형적인 보헤미안이었습니다. 기이한 행동과 도발적인 복장에 심미주의자이면서 동성애자였으며 이 모든 것을 서슴없이 드러냈습니다. 

또한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시, 소설, 비평, 동화, 희곡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남깁니다. 특히 프랑스 환상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이 소설집에는 그 가운데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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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단편은 <그들 중 하나, 혹은 가면의 영혼>, <어느 학생 이야기>, <아무도 모르는 범죄>, <가면을 쓴 삼인조>, <가면>, <가면 속의 구멍>, <혼란스러운 밤>, <장갑 낀 손> 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장 로랭의 작품에서 가면은 주목할 만한 테마로 사용됩니다. 

 

가면으로 민낯을 가린 인물, 가면보다 흉측한 민낯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가면은 저를 불안하게 합니다. 뭐, 두려움보다는 일종의 불편함이라고 할 수 있죠." (p63)

<가면>의 화자는 자신을 선생님이라 호칭하는 상대방으로부터 그가 어린시절 겪었던 가면에 얽힌 작은 사건 하나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대학시절 사육제 기간 뷜리에의 무도회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줍니다.

 

화자는 그 이야기를 피할 재간이 없어 듣고만 있습니다.  

"헷갈릴 정도로 사람의 얼굴을 그럴싸하게 흉내 낸 가면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그 가면이 너무 흉측하고 끔찍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계속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p70-71)

사육제의 무도회에서 본 소름끼치도록 추하고 흉측한 가면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인데 그 가면을 쓰고 온 사람은 그러나 가면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민낯이 그토록 추한 것이죠.

 

누군가에게 불안함과 불편함을 주는 '가면'이라도 쓰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바로 이런 경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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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슴없이 자신을 드러냈던 장 로랭이 '가면'에 천착한 것은 무수한 가면 뒤에 숨은 인간의 이중성을 비판하기 위함이었을까요. 혹은 가면을 쓰지 않은 본모습이 너무나 추악해 가면이라도 써야 하는 인간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가면에 강박적으로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작품에 투영한 것인지도... 또 작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작가와 엮고 있네요. 뚝.


2025.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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