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Guilaume Musso)의 「인생은 소설이다」를 읽고
프랑스의 소설가 기욤 뮈소(Guilaume Musso, 1974)의 2020년 작품 <인생은 소설이다 La Vie est un roman>입니다. 기욤 뮈소는 거의 매년, 심지어는 한 해에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기도 하는 성실(?!)한 작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비슷하게 다작하는 작가로 제가 좋아하는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 1967)가 있습니다. 마침 두 작가 모두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네요.
<인생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철학적인 상상력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내가 실제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이 세계가 가상의 세계는 아닐까에 대한 의문입니다. 인생이 소설이라면 작가는 나인가 혹은 제삼의 다른 존재인가 역시 당연스럽게 뒤따르는 의문이 되겠지요.
소설 속 소제목이 시작될 때마다 유명인들의 어록이 함께 실려 있는데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당신 안에서 글쓰기의 취기를 유지하라. 그러면 당신은 현실이 지닌 파괴적인 위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_레이 브래드베리
주인공은 세 편의 소설을 발표한 플로라 콘웨이입니다. 집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도중 플로라의 딸 캐리가 실종되고 이후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벌어집니다. 열아홉 편의 소설을 모두 성공시킨 로맹 오조르스키 역시 등장인물로 나옵니다. 음. 흥미진진.
소설의 마지막까지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기욤 뮈소만의 매력이 이 책에도 있습니다.
현실 세계와 픽션 세계라? 나는 평생토록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대단히 모호하다고 생각해왔다. 픽션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건 없으니까. 인간이 현실 속에서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_본문 가운데
우리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존재일까요. 기욤 뮈소는 <인생은 소설이다>에서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인생사의 본질은 아니다. 인생사란 사람들에 대해 오해하고, 계속 잘못 알고, 언제까지고 집요하게 그릇된 판단을 하고,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나서 또다시 오해하는 것이다. _필립 로스
<인생은 소설이다>를 잘 정리해주고 있는 문장입니다. 게다가 첫 번째 단어 '사람'을 다른 대상으로 대체해도 문장의 의미는 틀림이 없습니다. 명언입니다. 인간으로서 겸손 말고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요.
2024.5. 씀.
'[책] 소설 시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르난두 페소아의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를 읽고 (0) | 2024.05.22 |
---|---|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을 읽고 (0) | 2024.05.21 |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부끄러움」을 읽고 (0) | 2024.05.19 |
시스 누테붐(Cees Nooteboom)의 「의식」을 읽고 (0) | 2024.05.18 |
앤드루 포터(Andrew Porter)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고 (0) | 202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