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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ㅣ신아연 (책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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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ㅣ신아연 (책과나무)


신아연 작가의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입니다. 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오랜 지인의 부탁으로 스위스 조력자살 현장에 동행하게 되고 그 4박 5일간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아마도 저자의 지인은 자신의 마지막을 기록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64세의 폐암 환자인 저자의 지인은 스위스 바젤에서 안락사를 선택했으며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사례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겪은 어려움과 심적인 고통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에 다녀온 건 2021년 8월이고 책이 출간된 건 2022년 8월이니 기록을 다듬어내는데 꼭 1년이 걸렸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했다는 것이 안락사에 대한 자신의 어떠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책의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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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라 저자는 스위스로 가기 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갑니다. 대기순번표를 뽑아 들었는데 대기번호가 444번, 미신 여부를 떠나 뭔가 암시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이어령 교수의 일화도 옆 페이지에 실어두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생길 땐 누구든 저자의 말대로 '사탄이 배후에서 우리를 갖고 노는 것'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하긴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도 죽음과 아주 가까이 계실 무렵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요즘 꾸는 꿈의 8할이 악몽"이라고 하시면서 "죽음이 내 곁에 누워있다간 느낌, 시계를 보면 4시 44분 44초일 때도 있다."라고 하셨으니까요.

 

_「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Part1 가운데

 

 

책은 Part1과 Part2로 나뉩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스위스 조력자살 현장에 동행한 기록을 60페이지 남짓되는 분량으로 싣고 두 번째 파트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Part2에 와닿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모든 공부에는 때가 있는데 죽음에 관한 공부는 40대가 적당하다고 권유합니다. 더 늦으면 정말 무서워서 죽음을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럴듯합니다.

 

데이비드 실즈의 에세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는데 위트 있는 직언입니다. 

 

"시도가 실패한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모든 인생은 결국에는 실패(죽음)한다. 우리가 할 일은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기는 것이다."

 

 

저자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할수록 더 잘살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모두가 죽음에 이르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관용과 여유가 생기고 무언가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일도 없습니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할 때 용기가 생깁니다. 멋지게 끝내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생깁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아이러니입니다.

 

_「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Part2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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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우리의 자아(ego, 에고)를 옷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각기 다른 '옷(자아)'을 입는데 죽는다는 것은 그 옷을 벗고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옷'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죽음도 두려울 게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ubler-Ross, 1926-2004)의 죽음 5단계 이론,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을 언급합니다. 5단계 '수용'이란 애벌레라는 자아적 존재가 나비라는 영적 존재로 도약하며 죽음이라는 축복을 맞이하게 되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자아를 벗고 영혼을 입는 일, 자아를 입고 사는 우리에게 쉽게 와닿지 않는 개념이지만 곱씹어볼 만한 말입니다.  


2023.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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