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흔에 읽는 그림 형제 동화ㅣJacob & Wilhelm Grimm (스타북스)
그림 형제의 동화가 문득 생각나서 찾아 읽습니다. 제목도 마침 <마흔에 읽는 그림 형제 동화>입니다. 야콥 그림(Jacob Grimm)과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형제는 거의 평생을 같이 살며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림 형제의 동화는 그래서인지 다소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기도 하고 권선징악, 인과응보 같은 시각을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교만을 주제로 하는 '12개의 요술 창문'은 디즈니 영화 라푼젤(Tangled)이 오마주(hommage)한 듯 비슷한 배경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왕으로 맞이하겠다는 공주의 거만함은 99명의 남자를 죽음으로 몰고 맙니다. 결국 사건의 내막이 어찌 되었건 본인보다 지혜로워 보이는 짝을 찾은 공주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쨌든 그가 나보다 한 수 위였던 거야!'
여러 의미가 담긴 '어쨋든'이라는 접속사가 재미있습니다. 결혼도 연애도 마치 거래하듯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상대를 찾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에도 여러 동물들이 이야기마다 등장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거의 모든 이야기에 동물이 나오고 사람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되는데 어른이 되면서 사람과 동물 간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동화 속 이야기들이 더 실제적일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겁 없는 왕자' 에서는 편안히 사는 일에 싫증이 난 어린 왕자가 등장합니다.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나는 왕자는 길이 보이면 어디든, 무조건,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여행을 떠나는 각오를 밝히는 왕자의 독백이 우리 안에 있는 모험심을 자극합니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겠어. 그곳에서는 따분하지 않을 거야. 놀라운 볼거리들이 많을 테니까.'
동화 속에서 거인으로 묘사되고 있는 넓은 세상을 대하는 왕자의 태도 역시 단호하고 용기 있습니다. 왕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손에 넣은 팔고리를 뺏으려 온갖 술수를 부리는 거인, 왕자의 두 눈 마저 빼버리는 무지막지한 세상 앞에서도 왕자는 결코 좌절하거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꼭 찾아 줄게. 나는 그 사과를 딸 자신이 있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다고."
"난 꼭 성공할 거야."
왕자는 끝내 살아남고 마침내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하는 축복을 누립니다. 동화는 언제나 결말이 해피앤딩이라서 좋습니다. 제1장 거만함이 올라오는 순간, 제2장 희망을 찾고 싶은 순간, 제3장 어리석음을 돌아보는 순간, 제4장 용기가 필요한 순간, 제5장 행복을 느끼고 싶은 순간, 제6장 믿음이 필요한 순간, 각 장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살아가는 동안 가끔 그림 형제의 동화가 생각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제겐 어떤 이야기가 가장 필요할까요.
2023.6. 씀.
'[책] 소설 시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파친코 Pachinkoㅣ이민진, 역사 장편소설 (인플루엔셜) (0) | 2023.07.30 |
---|---|
[책] 채근담, 처세철학 삶의 지혜ㅣ홍응명 홍자성 환초도인 (소담출판사) (0) | 2023.07.29 |
[책]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ㅣ에릭 메이젤, 코칭 및 상담 (심플라이프) (0) | 2023.06.06 |
[책]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ㅣ나폴레온 힐, 12가지 성공비법 (와일드북) (0) | 2023.06.03 |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ㅣ미치앨봄, 인생의 의미와 참 스승 (살림) (0) | 202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