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취미를 가지려면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가는가를 사유한 글입니다. 특히 담배라는 기호와 비교해서 말이죠. 이것은 사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혹시 돈 때문인가에서 시작된 사유입니다.
아홉 편의 에세이가 수록된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에세이집 <책 대 담배>의 표제작 「책 대 담배」에서는 이것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내리고 있습니다.
여러 번 읽게 되는 책이 있고 한 사람의 정신 일부를 구성하는 책이 있고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책이 있고 전체를 꼼꼼히 다 읽지 않고 겉핥기식으로 대충 읽는 책이 있고 한자리에서 다 읽고 나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책도 있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든 돈이 든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p12)
조지 오웰은 우선 독서라는 취미에는 돈이 든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우선, 책값을 포함해 모든 물가가 올랐지만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잡지 여러 개를 정기 구독한다고 해도 거기 소요되는 비용은 흡연과 음주에 드는 비용 전부를 합친 것보다 많지 않다고 분석(p11)합니다.
즉 독서는 돈이 많이 들어서 누릴 수 없는 취미생활이라 보긴 힘들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조지 오웰이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요.
과거나 지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책 소비가 계속해서 저조하다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현상이 적어도 독서가 개 경주나 영화를 보러 가는 것, 그리고 펍에 가서 한잔 하는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이지 돈이 훨씬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p13)
자신도 글을 쓰는 사람인 조지 오웰은 그 이유를 다름 아닌 책이 재미가 없어서라고 말합니다. 책값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작가인 자신에게 글을 더 잘 쓰라고 자성을 촉구하는 듯한 어투입니다. 유익한 취미 활동이 비용도 별로 많이 들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읽을만한 책이 그정도로 없었을까요.
2025.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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